[코리아데일리=이은경기자] 미국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전격 '커밍아웃'을 했다가 오히려 성소수자들의 거센 비난에 휩싸였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페이시는 30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나는 그동안 살면서 남녀 모두와 관계를 맺어 왔고 특히 많은 남자들과 로맨틱한 연애를 했다"며 "앞으로 동성애자로서의 삶을 택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스페이시의 커밍아웃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나온 것이다. 전날 남자 배우 앤서니 랩은 자신이 14세였던 지난 1986년 당시 26세였던 스페이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랩은 "브로드웨이에서 함께 뮤지컬 공연을 하며 친해진 스페이시가 어느 날 자신을 파티에 초대했고, 강제로 성추행을 시도했다"며 "그날 이후 좌절과 분노, 성적 혼란을 겪어왔으며 지금도 스페이시를 보면 속이 거북하다"고 주장했다.

랩은 최근 할리우드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사건으로 촉발된 미국의 여성들의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Metoo·나도 당했다)에 용기를 얻어 폭로에 나섰다고 밝혔다.

1996년 브로드웨이 인기 뮤지컬 <렌트>에서 주인공 마크 코언 역을 맡으며 스타로 떠오른 랩은 현재 미국 CBS 방송의 SF 드라마 '스타 트렉: 디스커버리'에서 동성애자 생물학자인 폴 스테이메츠 역을 연기하고 있다.

스페이시는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과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정계의 암투를 그린 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랩의 폭로에 스페이시는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술에 취해서 그랬을 것"이라며 "랩이 오랜 기간 느껴왔던 감정들에 대해 사죄한다"라고 밝히며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인정했다.

한편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사인 넷플릭스와 투자사인 미디어 라이츠 캐피털은 내년 시즌 6을 마지막으로 시리즈를 종영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스페이시와 관련한 뉴스로 매우 힘든 상황에 부닥쳤다"며 "지난번 보도 이후 두 회사 경영진은 볼티모어에 도착, 제작진과 배우들을 만나 그들을 진정시키고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 중이지만, 스페이시는 현재 촬영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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