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화면 캡쳐

[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이명박 정부 시기 국가정보원이 KBS, MBC에 이어 SBS에까지 ‘좌파’로 낙인 찍은 정부에 비판적인 연예인에 활동 압박을 가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배우 권해효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한겨레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기 국정원 '좌파 연예인 대응 TF(태스크포스)'는 SBS에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든 연예인의 출연을 배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 지시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집회 사회를 봤던 배우 권해효도 피해갈수 없었다. 2010년 1월 TF는 "허모 드라마국장과 김모 총괄기획 CP를 통해 '제중원' 배역 축소와 새로운 드라마 편성 시 사전 배제를 요청했다"고 보고했다.

지난 13일 권해효는 TBS FM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이명박 정부 연예인 블랙리스트 피해자로 오른 심경을 밝힌 바 있다. 권해효는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에 대해 “2008년도 많은 분들과 함께 했던 광우병 거리 집회의 사회를 봤다든지, MBS, KBS의 당시 파업에 연대지지 성명이라든지 이런 저러한 일이 있었다”며 “굳이 멀리 가자면 과거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 진영에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던 그런 전력까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건 국기문란 그 자체다. 생각이 다르다고 혹은 나의 뜻과 다르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했던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고 강조했다.

당일 2010년 SBS 드라마 <제중원>을 연출했던 홍창욱 PD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배우 권해효를 드라마에서 빼라는 윗선의 지시가 실제로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19일 언론 보도에서) 권해효 축소‧배제 이렇게 돼 있는데 축소는 아니고 배제”라며 “(권해효와)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허 모 국장이 나를 불러 ‘(권해효를) 빼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내가 말하기 좀 그렇다’, ‘다 알지 않느냐’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권해효가 음주운전이나 성추행을 했나, 아니면 연기를 못 하나. 연기 잘 하는 사람인데, 아무런 이유 없이 왜 그러느냐’고 하면서 (허 모 국장과) 논쟁했다. ‘그렇게 되면(권해효 빠지게 되면) 내가 어디에 알리겠다’는 그런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홍 PD는 논쟁 끝에 권해효를 드라마에 출연시킬 수 있었으나, 이 일로 인해 드라마국 내부에서 PD들이 자체 검열을 하게되고 위축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MB 국정원의 연예인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피해를 입은 배우 문성근과 방송인 김미화가 18일과 19일 잇따라 검찰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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