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독이 될까, 힘이 될까”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 취업 특혜 의혹 증거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오늘 새벽 구속되면서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그 동안 자체 조사로 이유미씨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했던 국민의당 지도부를 향해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한 구속이 결정되자마자 국민의당은 이유미씨의 단독범행을 재차 강조하면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공세를 높였다. 국민의당은 이를 ‘정치 보복’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준용씨의 취업 특혜 의혹과 제보조작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검 도입에 나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기력감을 토로하던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팔을 걷고 나섰다. 우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추경 처리 등 국회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두 장관 임명에) 며칠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당의 간곡한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추경과 정부조직법 등 현안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다시 한번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야당이 다른 것은 몰라도 추경과 정부조직 개편을 인사 문제나 또는 다른 정치 문제와 연계시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야권에선 곧바로 “꼼수”라고 반발했다. 겉으로는 협조를 구하면서 결국은 임명 강행의 명분을 축적하려는 일종의 시간벌기 차원의 조치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반박하면서 정국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도 “두 후보자 중 한 명은 자진 사퇴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왔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설훈 의원은 “우리는 야당과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희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자진 사퇴론’을 폈다. 또 “문 대통령의 현재 지지율이 80% 이상이지만 이 수치가 떨어질 때도 생각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도 전해졌다.

이런 과정에서 당·청 사이의 간격만 더 부각됐다. 문 대통령은 “국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특정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일각에선 “한 명을 사퇴시킨다고 해도 야당들이 협조하겠느냐”는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야당은 공세의 수위를 더 높였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두 사람 다 절대 부적격자이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도 선택적으로 임명돼서는 안 된다는 게 당론”이라고 강조했다.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자기 잘못은 감추고 모두 야당 탓으로 돌리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 얼굴만 바뀌었지 자세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도 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여당을 중심으로 한 사람만 지명 철회하면 안 되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건 꼼수 중의 꼼수”라며 “야 3당 모두 (두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부적격”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우 원내대표는 인사, 추경, 정부조직법 ‘연계 불가’ 기조를 걷어내고 국회 정상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야당 반대가 거센 송·조 후보자 중 한 명을 낙마시키는 대신 추경·정부조직법 심사에 야당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지라면, 국민이 납득할 만한 방향에서 열어놓고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의당에도 “이 순간부터 양당 간 모든 정쟁이 중단되기를 바란다”며 화해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지만 그로서도 송·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청와대 의지와 야당의 강경 반대 모두를 만족할 만한 방안이 마땅치 않다. 그런 사정 때문이랄까 그는 원내지도부에 “이것(청와대의 임명 연기)이 독이 될지, 힘이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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