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립문서기록관리청서 70여년 잠자고 있던 영상 발굴

송산서 포로로 잡힌 한국인 위안부 등 7명 여성 모습 담겨

[코리아데일리 최준희 기자]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2년여 간의 끈질긴 발굴 조사 끝에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 2관에서 70년 넘게 잠자고 있던 한국인 위안부 영상을 발굴했다고 밝히고, 5일 언론에 공개했다.

당시 미‧중연합군으로 활동했던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배속 사진병(에드워드 페이 병장 추정)이 1944년 9월 8일 직후 촬영해 소장했던 것이다.

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이 영상의 존재에 대한 단서를 찾은 후 2년 전부터 기발굴된 문서와 사진 등을 분석해 관련 정보를 추적하고,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이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필름 릴 가운데 수백 통을 일일이 확인해 이번 영상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발굴 조사는 국내외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를 수집하고 기록물로 관리해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서울시의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의 하나로 이뤄졌다.

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작년 말 위안부 피해자 10인의 증언과 미국‧태국 현지조사를 통해 새롭게 발굴한 역사적 입증자료를 망라해 교차분석한 사례집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영상물 자료까지 새롭게 발굴함에 따라 당시 일본군 위안부가 처했던 상황과 실태를 보다 명확하게 증명해내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영상 속 인물들을 한국인 ‘위안부’로 입증할 수 있는 근거로 앞서 2000년 고 박영심 할머니가 자신이라고 밝혔던 사진과 영상 속 인물들의 얼굴과 옷차림이 동일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영상 속 한국인 위안부가 정확히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들은 미‧중연합군이 이후 포로 심문과정에서 생산한 ‘조선인 위안부 명부’에 있는 여성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굴한 문서, 증언, 사진, 영상 자료를 통해 ‘위안부’ 관련 연구와 외교적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한편, 시민참여 강연회 교육자료 등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시와 서울대 연구팀은 영상을 촬영한 페이 병장이 일본군 위안소로 활용됐던 건물을 촬영한 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이 건물은 용릉에 위치한 그랜드 호텔이라 불리던 곳으로, 미‧중연합군이 용릉을 점령한 직후인 1944년 11월 4일 53초 길이로 촬영됐다.

이번 연구조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강성현 교수(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는 “이 영상의 존재에 대한 단서를 찾은 후 2년 동안 관련 정보를 모으고 추적했고, 서울시의 지원과 연구팀 및 현지 연구원인 김한상 박사의 활약이 더해져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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