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北이 원하는 대화상대는 미국

 

북한에 억류됐다가 18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돌아온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22)가 엿새 만에 사망하자 미국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국의 여론은 웜비어의 죽음을 북한 정권에 의한 ‘살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북·미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조짐이다.

한미 관계에 사드 배치와 합동군사훈련 축소 등 이상 기류가 흐르고 있는 가운데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CBS 방송과 방미 전 인터뷰를 가졌다.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의 간판 앵커 노라 오도널이 진행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북한의 정권 안전에 대해 확인을 받는 것”이라며 “겉으로는 핵과 미사일로 뻥을 치지만 속으로는 (대화를) 간절히 바라는 것일 수 있다”고 북한에 대한 인식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화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9일~30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대화’를 언급할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만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대화에 대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북한에 대해 다양하고 강도 높은 압박과 제재를 통해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내는 것, 그것이 금년 중에는 이뤄졌으면 하고 희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방한 중인 미국 보수파의 대표적인 외교 전문가 리처드 하스 외교협회(CFR) 회장은 한국고등교육재단 초청 특별강연에서 “(사드 배치를 늦추는 것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misinterpreted by North Korea) 걱정스럽다”며 “한국 정부가 사드 체계 배치를 늦추려고 하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1994년 당시 영변 핵시설 폭격을 주장했던 하스 회장은 “외교적 수단을 최선을 다해 썼는데도 안 됐다면 다른 방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에 군사 행동을 취했듯 레드라인을 넘으면 분명히 행동해야 한다”며 “북한의 행동 변화가 있어야 하고 (협상에) 기한을 정해야 한다. 북한에 핵·미사일 개발 시간을 벌어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는 “하지만 이는 한국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며 미국과 협의를 해야 할 문제”임을 확인했다.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문 대통령과 외교안보 라인 그리고 청와대가 제대로 상황 파악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웜비어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임에도 무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예정대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주지시킬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CBS 방송과 인터뷰로 미국에 직접 메시지를 발신하는 상황 관리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재개하는 데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국과의 ‘신뢰 회복’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원하고 대화를 바란다”고 했지만, 정작 북이 원하는 대화 상대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점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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