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안경환 낙마를 보며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야당의 일치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임명했다. 장관 후보자로 발표한 지 26일,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11일만이다. 물론 국회로부터 청문보고서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다.

강 장관의 임명을 강한한 데는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지난 16일 오후 법무부장관 후보자 직에서 자진사퇴함으로써 어느 정도 숨통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자진사퇴한 후보자를 비판하는 것은 부관참시(剖棺斬屍)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하지만 짚을 것은 짚어야 한다.

안 법무장관 후보자는 11일 장관에 내정된 이후 야당과 언론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시달리다 16일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장관직에 강한 애착을 보였지만 느닷없이 9시간 만에 자진 사퇴하고 말았다.

안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과 법무부 문민화 작업에 제가 쓸모 있다고 판단해서 (대통령이) 제 모든 흠과 과거 잘못에도 불구하고 지명한 것”이라며 “인사청문회에서 제 칠십 평생을 총체적으로 평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것이 첫 번째 낙마 사유인 ‘오만’이다. 서울대 법대 교수로 법대 학장까지 지낸 안 후보자가 자신의 결점이 무엇인지는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그쯤되면 인생 70에서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쯤은 충분히 판단해야 하는데도 스스로 ‘쓸모 있다’는 평가를 내린 점이다.

두 번째는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를 거론하며 “저를 밟고 검찰 개혁의 길에 나아가라”는 언급과 함께 “새로 태어난 민주정부의 밖에서 저 또한 남은 힘을 보태겠다”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은 점이다.

알다시피 자신이 법대 출신이며 법대 교수로 오래 재직했고, 그의 지도로 검사가 된 사람들이 오늘날 검찰과 법무부를 거의 장악하고 있는데 무엇을 개혁한다는 것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교수 시절에 제자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가르쳤는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법을 모르는 일반 시민들도 검사나 판사가 법 이전에 먼저 인격을 갖춘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진리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은가.

나머지 개인적인 사항이나 가족 관련 사항은 그저 그런 인간사의 실수임에는 분명하다. 그렇지만 학력 문제에서 ‘J.D.(Juris Doctor)’임에도 후보자로 지명되기 전에는 ‘법학 박사(Ph. D.)’로 표기해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과 학력이 인생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떳떳하지 못한 분칠을 했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제자인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에 있는데 굳이 스승인 후보자가 법무장관이 되는 동종 교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지난 정부의 김상률 교육문화수석과 차은택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사례가 떠오른다.

우리나라에는 조선시대에서부터 제도화된 ‘상피(相避)’가 있어서 지금도 재판 등에서는 관행으로 시행되는데, 굳이 사제지간끼리 검찰 개혁에 나선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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