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가시화되는 ‘개헌’ 논의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개헌 구상을 밝히며 내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계속 꼬이는 인사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강조해 국민을 결속시키려는 의미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5년마다 반복되는 ‘정권 실패’를 원천적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권력구조 개편을 비롯, 입법·행정·사법부의 권한 재조정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과 가치를 담을 작정이다. 문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며 “내년 개헌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들과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 대선과 함께 휴식에 들어갔던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도 12일 활동을 재개했다. 개헌특위는 이달 말 끝나는 활동 시한을 내년 2월까지 연장하고, 그 안에 여야가 합의한 개헌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6·13국민투표가 이뤄지려면 내년 2월까지는 개헌안이 발의돼야 일정에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국민 다수가 동의하는 개헌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헌법 전문(前文)을 비롯해 130조로 구성된 본문에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 조항은 거의 없다. 특히 권력구조와 선거구제 개편, 지방분권 확대, 경제민주화 조항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보완할 수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성패를 가늠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이를테면,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해 중임할 수 있지만 외치와 내치를 분리해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방식이다. 행정부의 수반이 되는 국무총리를 국회가 선출하고, 통일·외교·국방 등 외치에 해당하는 국무위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무총리가 실질적인 제청권을 갖는 방식이다.

다음으로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과 선거 시기다. 현행 소선거구제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일면서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는 현재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최대 기득권인 지역구를 포기할 때만 가능하다. 의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놓지 못한다면 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분권형 대통령제 역시 국민적 지지를 받기 힘들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는 문제도 중요하다. 만약 4년 중임제 개헌이 이뤄진다면 2022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2년 뒤 22대 총선이 실시된다.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임기가 모두 4년이 되면서 2년 간격으로 대선 및 지방선거, 그리고 총선이 실시된다. 하지만 개헌안에 국회 해산을 명시한다면 대선, 지방선거, 총선이 실시되는 시기는 언제든 조정이 가능하다.

남은 한 가지는 대통령의 개입 여부다. 국회의 개헌안 의결에는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논의 과정에서 서로 자신의 주장만을 고수하다가는 개헌 논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이 개입할 명분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개헌의 성패는 권력의 견제와 분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뤄내느냐에 달려 있다. 대통령의 권한도 문제지만 국회 권력의 비대화 또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행정부와 입법부 간 권력의 미묘한 균형추를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여야의 협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