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자진신고’와 ‘읍참경화’ 사이에서

 

청와대는 지난달 민주당 의원 4명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2일 만인 어제 5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추가로 발표했다. 이로써 17개 부처 중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발표됐다. 이 가운데 김동연 기재부 장관만 청문회를 통과하고 정식 임명됐다.

청와대는 이날 차관급 인사도 단행했다. 차관급이지만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국세청장 후보자에는 한승희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명했다. 환경부 차관에는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장이, 고용노동부 차관에는 이성기 한국기술교육대 특임교수가 임명됐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에는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가 임명됐다.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5명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한 후,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음주운전 이력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주민등록법 위반(위장전입) 문제가 검증 과정에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송 후보자의 경우 ‘군인의 특성’상 발생한 문제이며, 조 후보자의 음주운전은 ‘사고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발표된 장관 후보자 가운데 이날 지명된 5명의 후보자와 4명의 현역 민주당 의원 출신 장관 후보자 등 9명은 현 정권 창출의 ‘공신(功臣)’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장관 인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고 보고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자신의 사람들을 채우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이른바 ‘K트리오(강경화, 김상조, 김이수)’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는 여전히 쳇바퀴를 돌고 있다. 그나마 김이수·김상조 후보자는 청문보고서 채택을 협의하기 위해 인사청문특위와 정무위 전체회의가 오늘 열릴 예정이지만 현재로선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장관들과는 달리 국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야 하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 이낙연 총리 때와 마찬가지로 40석의 국민의당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국민의당이 호남 민심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강 후보자 임명이 철회되면 김이수 후보자를 통과시켜 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김동철 원내대표는 “개별 의원 입장에선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당 차원의 연계는 절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하루라도 빨리 강 후보자를 자진 사퇴시키고 적격한 후임자를 발탁해 국회로 보내야 외교장관 임명에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세를 편다.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외교부 장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강 후보자는 연안여객선 선장으로는 맞을지 모르지만 전시 대비 항공모함의 함장을 맡길 수는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여당인 민주당 내부에서도 “민주당이 야당 시절 비판했던 음주 운전이나 문 대통령이 강조한 ‘공직 배제 5대 비리’에 해당되는 흠결을 청문회에서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자조감 섞인 반응이 나왔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읍참경화(泣斬京和)’라는 말로 압박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각계의 지지성명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강 후보자 임명 강행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는 20일 기간이 지난 다음날 임명을 강행한 적도 있다”며 “그런 것도 다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인사는 오롯이 대통령의 몫이요 책임이다.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라면 굳이 꼼수를 부릴 필요가 없다. 허울뿐인 협치를 고민하기보다 당당히 임명하고 훌륭한 성과를 올리면 된다. 단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깨끗이 책임지면 된다. 국민들은 인사 문제를 보며 지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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