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빌려준 노숙자도 15명 구속

전세자금 대출 관리 미흡한 점 노려

금융당국의 관리가 미흡한 점을 노려 노숙인들을 사업자로 둔갑시켜 13억 4000만 원의 허위 대출금을 받아 챙겼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11일 노숙인 명의로 유령법인을 설립해 약 13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편취하고 대포차량을 유통한 김모(48) 씨를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김 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노숙자 17명을 검거해 이중 15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올 2월까지 노숙인 명의로 법인을 설립하거나 대출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국토교통부 기금으로 조성된 ‘근로자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노숙인 1인당 6000만~9500만 원씩 총 13억 4000만원 상당의 국고보조금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들은 노숙인 명의로 만든 유령법인으로 자동차를 구입해 등록하고 대포 차량으로 유통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법인 등록 뒤 이뤄지는 세무서의 실사 등에 대응하기 위해 합숙장을 만들고 최대 6개월 가량 노숙인들을 교육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전세자금 대출의 경우 은행 자원이 아닌 정부 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출심사가 까다롭지 않은 점을 노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최초 대포차 유통업자에 대한 수사를 벌이던 경찰은 대포차 판매법인 대표로 있던 노숙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노숙인들을 교육한 뒤 대출금을 빼앗아간 혐의를 확인하고 김 씨를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 실장’으로 불렸던 김 씨의 공범이 도주해 행방을 찾고 있다”며 “김 씨에 대해서도 여죄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로부터 손해를 대부분 보전받는 은행들이 전세자금 대출심사 시 소득세 납부 사실, 전세계약 설정 부동산의 근저당권 설정 여부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해준 것이 이번 범행을 통해 드러나면서 국고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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