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혼란스러운 대북 정책

 

어제 미국 정부는 지난 3월에 이어 미사일과 핵 위협 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해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미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개인 4명과 단체 10곳에 대한 독자제재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한 측과 거래하는 러시아 관련 단체 3곳과 개인 1명도 포함시켰다.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된다.

미국의 이번 강수는 국제사회는 물론 한국의 새 정부에 지금은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란 지적이다.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정부가 우리 측에 강력한 대북제재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번 대북제재는 인민군, 인민무력성, 국무위원회 등 북한 군부와 헌법상 핵심 정부기관이 포함됐다. 또 중국 외에 군수품 연구개발·조달 업무를 하는 북한 단군무역회사와 연계된 러시아 관계자를 상대로 했다는 점 등이 특징이다.

그런데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제12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에 “남북 경제공동체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항구적 평화체제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영상 연설을 보냈다. 문 대통령은 “전쟁 위협이 사라진 한반도에 경제가 꽃피우게 하겠다”며 “남북이 아우르는 경제공동체는 대한민국이 만든 ‘한강의 기적’을 ‘대동강의 기적’으로 확장시켜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꾸는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관련국들과 함께 북한을 설득하겠지만, ‘외국 역할론’에 기대지 않고 한반도 문제를 대한민국이 주도해 나가겠다는 심산이다.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와 번영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구상, 담대한 실천을 시작할 것”이라며 “제 임기 내에 한반도 평화의 획기적인 전기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국제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며 “국제사회와 함께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또 “북한이 무력 도발을 감행한다면 굳건한 한·미 동맹과 대한민국의 방위 역량으로 즉각 강력하게 응징해 평화를 지켜낼 것임을 분명하게 약속한다”고 동시에 말하고 있다.

이쯤 되면 새 정부가 북과의 경제 협력, 핵과 미사일 개발 저지, 계속되는 도발 응징 중 도대체 어느 쪽에 방점을 두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 당국의 정책과 제도 개선을 유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남북 민간 교류와 관련해 “대북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통일부는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의 대북 접촉 신청을 2008년 이후 9년 만에, 대북 민간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506일 만에 각각 승인한 바 있다.

한 정권에 대해서 역사는 결과를 평가하지 과정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정부가 정책을 세울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만, 정책의 집행에는 대내외의 환경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새 정부가 공약 실천이라는 명분에만 억매이지 말고 크게 나라를 경영하는 차원에서 신중한 정책 입안과 실행에 힘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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