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이미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이들의 찾는 사랑의 장소

[코리아데일리 강유미 기자]

가을과 겨울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홍천 은행나무숲으로 모여든다. 노란 은행나무 2,000여 그루가 자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숲은 가을을 특별하게 즐기고 싶은 로맨티스트, 멋진 사진을 남기고자 하는 사진 애호가들,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려는 가족 등 모든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입소문을 듣고 홍천 은행나무숲을 찾아가면 처음에는 좀 당혹스러울지도 모른다. 그 흔한 주차장 하나 없어 좁은 2차선 도로 양쪽으로 자동차들이 늘어서 있고, 인근 주민들이 농산물을 들고 나와 파는 가판이 몇몇 서 있다.

▲ 홍천 은행나무숲. 겨울의 정취를 한껏 즐길 수 있는 비밀스런 명소로 유명하다. (사진 코리아데일리 DB)

일반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편의시설 따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은행나무숲 입구를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판도 거의 없다. 그저 길 초입에 ‘은행나무숲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하나 정도 걸려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이곳이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이 찾아들면서 간이화장실도 생기고 간단한 팸플릿도 비치됐다.

이곳은 사실 관광지도 아니요, 공원도 아니요, 국가나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간도 아니다. 순전히 한 개인이 가꿔놓은 정원일 따름이다.

도시에서 살던 은행나무숲 주인은 아내가 만성 소화불량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봉약수가 효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곳 오대산 자락에 정착하게 됐다. 남편은 아내의 쾌유를 바라며 넓은 땅에 은행나무 묘목을 하나둘 심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홍천 은행나무숲의 유래이다.

그렇게 3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나무들이 자라면서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란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 황홀한 풍광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인은 가을의 장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개방하고 있다.

은행나무숲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자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은행나무숲은 개방되는 시기는 해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니, 홍천구청 등을 통해 미리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언제 은행나무숲을 방문하는 게 좋을까? 이곳은 오대산 자락에 위치해 기온이 낮은 관계로 다른 지역보다 단풍이 일찍 시작된다. 2,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풍경도,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들이 노란 카펫을 만드는 광경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는다.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에 다다를 때가 물론 가장 좋겠지만 바람에 은행잎이 떨어지는 시기도 꽤나 낭만적이다.

이때부터는 바닥까지 노랗게 물들어 은행잎 카펫이 깔린다. 바람에 은행잎이 후두두 떨어지기라도 할라치면 여기저기서 ‘우와’ 하고 탄성이 새어나온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들을 하늘로 날려보고 그 위에 뒹굴어보기도 하면서 가을을 몸과 마음으로 음미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져온 돗자리를 펼쳐놓고 누워 가을날의 여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특정 목적을 갖고 조성된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불편함 점도 있지만,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멋이 살아 있다. 약 4만 ㎡의 너른 땅에 5m 간격으로 줄을 맞춰 선 은행나무가 전부인 그곳. 가을이면 사방에 노란색 물결이 일렁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무심히 흔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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