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는 진주만 방문 연설에서 ‘부전의 맹세’를 거듭 밝히면서도 일본의 2차 세계대전 책임이나 이에 대한 사죄 및 반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심한 비판이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현지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한 아베 신조 총리는 구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 희생자 추도시설인 ‘애리조나 기념관’을 참배한 뒤 “전쟁의 참화는 두 번 다시 되풀이하면 안 된다”고 27일(현지시간) 말했다.

▲ 아베 신조 총리는 진주만 연설에서 ‘부전의 맹세’를 거듭 밝히면서도 일본의 2차 세계대전 책임이나 이에 대한 사죄 및 반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심한 비판이 예상된다.코리아데일리 DB

아베 총리는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이 태평양전쟁으로 비화된 것을 고려한 듯 “여기서 시작된 전쟁이 앗아간 모든 용사의 목숨, 전쟁의 희생이 된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의 영혼에 애도의 정성을 바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우리는 전후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를 만들고 법의 지배를 존중하고 부전(不戰)의 맹세를 견지했다”며 “전후 70년 평화 국가의 행보에 조용한 긍지를 느끼며 이 방침을 관철했다"고 밝혔다.

진주만은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선전포고 없이 기습공격을 감행해 미군 장병·민간인 2403명이 숨진 곳이다.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에는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등이 수행했다.

오전 10시 45분 진주만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미국 비밀경호국의 호위를 받으며 보트를 타고 애리조나 기념관으로 향했다. 양 정상은 진주만 공습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위문 벽 앞에 헌화하고 나란히 묵념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아베의 진주만 연설 이전인 27일 오후 “일본은 미국이 아닌 2차 세계대전 아시아 피해국에 먼저 사과하라”고 밝혔다.

화춘잉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아베 총리가 진주만을 한번 방문하는 것으로 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청산하려 한다면 이는 일방적인 생각”이라며 “2차 대전의 동방 주요 전장은 중국이며 전쟁에서 큰 희생을 치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의 화해가 없다면 일본은 역사를 단 한 페이지도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또 미국과 일본 등의 역사학자 50여 명이 아베 총리에게 공개질문서를 발표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들 학자들은 아베 총리가 미국에 사과하기 앞서 중국, 한국 등 전쟁 피해국 희생자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군 기관지인 제팡쥔르바오 등 관영 언론도 이날 “침략역사에 대해 사죄하지 않는 아베의 진주만 방문은 ‘외교적 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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