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둑 차세대 주자 신진서 6단

▲ 차세대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신진서 6단은 “결승에서 커제 9단을 꺾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제공=한국기원

프로 4년 이세돌 잡은 16세 파이터

한국 바둑 차세대 주자 신진서 6단

중국 허베이성 랑팡에서 열린 제1회 신아오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에서 신진서(16) 6단의 흑 53수가 두어지자 팡톈펑 8단(중국)이 조용히 백돌을 거뒀다. 대국을 시작한 지 1시간이 조금 지난 순간이었다.

지난달 10일 펼쳐진 이 대국은 1988년 바둑 세계대회가 생긴 이래 가장 짧게 끝난 대국으로 기록됐으며 팡톈펑 8단은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최근 한국 바둑 랭킹에서 이세돌 9단을 제치고 랭킹 2위로 올라선 신진서 6단은 ‘한국 바둑의 미래’로 평가받는 차세대 주자. 2012년 입단해 4년 5개월 만에 한국 바둑 ‘넘버2’에 오른 것이다.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만난 신진서 6단은 “주변의 기대가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신진서 6단은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만 갖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진서 6단이 바둑을 처음 배운 것은 다섯 살 무렵. 부산에서 20년 가까이 바둑학원을 운영하던 아마추어 7단인 아버지 옆에서 바둑을 두기 시작한 신진서 6단은 1년 뒤 인터넷 바둑에서 아마추어 5단까지 올라섰다. 일곱 살 때는 아버지를 처음 이겼다. 신진서 6단은 “하루 종일 바둑만 두지는 않았지만 부모 말씀으로는 기력이 빨리 늘었다고 말한다”며 “아주 어릴 때는 이기는 것이 재미있어 바둑을 열심히 두었다”고 말했다.

신진서 6단은 부모와 함께 서울로 이사한 2012년에는 12살의 나이로 프로기사 입단에 성공했다. 2014년 바둑대상 최우수신인상을 받은 데 이어 2015년에는 ‘렛츠런파크배 오픈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며 이창호 9단(14세 10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타이틀(15세 9개월 5일)을 획득했다. 2000년대생 바둑 기사 가운데 종합 기전에서 우승한 첫 기록도 갖게 됐다. 그는 세계대회 결승에서 겨뤄 보고 싶은 기사로는 중국의 커제 9단과 한국 바둑랭킹 1위인 박정환 9단, 이세돌 9단을 꼽았다.

신진서 6단은 “전투를 마다하지 않는다. 전투형에 가깝다”며 “예전엔 실리 지향의 전투형이었는데 요즘은 실리를 일부러 차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배우고 싶은 프로기사는 커제 9단과 구리 9단”이라고 밝혔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서 신진서 6단의 일과는 바둑으로 시작해 바둑으로 끝난다. 프로기사들 사이에선 신진서 6단의 ‘천재성’과 함께 바둑 공부를 엄청나게 많이 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신진서 6단은 한국 기사로는 유일하게 신아오배 8강에 진출해 있다. 신진서 6단은 “혼자만 남은 만큼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부담으로 하기보다는 승부를 내보고 싶다. 목표는 언제는 우승”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진서 6단 한국 바둑이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한다. 신 6단은 해법을 “안정된 국가대표 제도”에서 찾았다. 신 6단은 “중국은 오래전부터 국가대표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것이 중국 기사들 실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구리 9단조차도 국가대표에서 공부할 만큼 모두가 함께 공부하는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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