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빛’ 포항에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 세계 3번째 쾌거

[코리아데일리 강윤중기자]

[사진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그동안 직접 관찰할 수 없었던 살아있는 세포의 움직임과 나노 물질 등을 볼 수 있는 '꿈의 빛'으로 질병 치료와 신약 개발, 인공광합성, 신물질 개발 등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와 미래 신산업이 창출될 수 있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 우리나라에 세계에서 세 번째로 준공된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포스텍은 29일 경상북도 포항시 포스텍 부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 '포항 제4세대 방사광 가속기' 준공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꿈의 빛'으로 대한민국의 첨단 미래산업을 열겠습니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과학기술인, 포스텍과 유관기관 관계자 및 수상자 등 240여명이 참석해 국내 과학자들의 염원을 실현한 4세대 방사광가속기 준공을 기념했다.

방사광 가속기는 빛의 속도로 가속한 전자에서 나오는 방사광으로 물질을 분자 수준까지 미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거대 시험장치다. 나노 세계를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종의 거대 현미경으로, 현재 전 세계에 35기가 가동 중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포항가속기연구소에 3세대 방사광 가속기를 준공해 운영해 왔으며, 이번 4세대 가속기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가동에 성공했다. 또한 우리 기술로 설계, 제작하여 한국의 과학에 대한 저력을 전 세계에 떨치게 되었다. 특히, 자체 개발한 초정밀 전자빔 위치측정장치(Cavity BPM)는 우수한 성능으로 기술 종주국인 미국의 최신 4세대 방사광가속기(LCLS-II)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국내 4세대 가속기 건설에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사업비 4298억원이 투입됐으며, 시운전 착수 2달 만인 지난 6월 14일 4세대 가속기의 핵심인 'X선 자유전자 레이저' 발생에 성공했다. 연구소 측은 올해 12월 국내외 연구자가 참여하는 데모 실험을 거쳐 내년부터 이용자를 받을 계획이다.

4세대 가속기는 1000조 분의 1초인 '펨토초' 동안 10억 분의 1m인 '나노미터' 단위로 물질의 구조나 현상을 관찰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바이러스 단백질이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는 모습이나, 물이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는 순간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살아있는 세포와 질병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해 맞춤형 신약을 개발하거나, 광합성 현상을 실시간으로 관찰해 태양전지, 연료전지, 수소저장기술 등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전망이다.

우리 기술로 설계·제작된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불린다. 1000조 분의 1초인 '펨토초' 동안 10억 분의 1m인 '나노미터' 단위로 사물을 관찰하기 위해선 건축과 토목부터 전기·전자, 제어, 진공, 정렬 등 전 분야에 걸쳐 상식을 뛰어넘는 정교함이 필요하다. 4세대 가속기 건물 바닥의 평탄도 오차는 ±5㎜ 수준이다. 거제대교(740m)보다 긴 건물 바닥이 손톱 반 마디를 넘지 않을 정도로 일정하게 평평하다는 의미다. 가속기를 지나는 동안 전자궤도의 정밀도는 2㎛ 이하로, 서울과 부산 사이를 비행하면서 궤도를 5㎜ 이상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다.

주관기관인 포스텍은 국내 중소·중견 기업과 협력해 광음극 전자총과 가속관 모듈레이터 등 주요 핵심장치를 직접 국산화해 약 500억원의 예산을 절감했으며, 특히 자체 개발한 '초정밀 전자빔 위치측정장치'는 우수한 성능으로 기술 종주국인 미국의 최신 4세대 방사광 가속기에 수출되는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안정적 운영과 장비 성능 향상을 위해 내년도에 213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신약 개발 등 4세대 방사광 가속기 활용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이 날 준공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4세대 방사광 가속기는 광합성과 화학반응을 비롯해 그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우주와 생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자 미래 신산업 선점에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라며 "신약 개발의 핵심인 인체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해 차세대 바이오 혁명을 선도하고, 반도체 분야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주력산업의 혁신기술을 확보하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의 건설과 장치개발 기여한 연구자와 기업인 등 35명에게 훈·포장 등 정부포상이 수여됐다. 사업을 총괄한 고인수 사업단장은 과학기술훈장 혁신장을, 핵심장치인 언듈레이터를 개발한 김동언 박사는 과학기술훈장 도약장을 받는 등 19명의 연구자가 정부 포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가속관 국산화에 성공한 비츠로테크와 모듈레이터 및 제어시스템을 국산화한 포스코ICT 신현석 부장에게 대통령 표창이 수여되는 등 14명의 기업인에게도 정부 포상이 수여됐다.

한편,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이날 행사 후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수상자 등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하고"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잘 활용해서, 좋은 연구 성과를 내고, 실질적인 제품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분발해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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