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청년들에게 정말 희망인가? '실효성과 장단점' 파악하기

[코리아데일리 한승연 기자]

지난 6일 대국민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우리의 딸과 아들을 위해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결단의 카드는 '임금피크제'였다.

"정년 연장을 하되 임금은 조금씩 양보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서,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국민 담화에서 언급된 '임금피크제'는 우리 청년들에게 희망을 약속할 수 있는가?

임금피크제, 바뀐 점과 그 실효성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 또는 정년 후 재고용하면서 일정 나이, 근속 기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이다. 임금피크제는 국내에 도입된 지 꽤 된 정책이며, 현 정부는 '세대 간 상생고용 지원제도'를 캐치프라이즈로 내걸며 임금피크제에 대한 지원금 제공을 청년고용의 대안으로 발표하였다.

사실 임금피크제는 이전에 시행되었을 때도 그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정책이었다. 중앙일보경제연구소는 2011년 '임금피크제 "후배들 눈치만" "비용절감 안 돼" 노사 외면' 이라는 칼럼을 작성했다.

대국민담화 이전 6월 17일 정부가 발표한 '제 1차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에 대해 공무원노조는 '이미 2013년 25개 공기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 신규채용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반대 성명을 즉각 내걸기도 했다. 솔선수범을 위해 공공기관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은 시작부터 삐그덕거리는 모양새다.

임금피크제의 효과적인 도입을 위해 정부는 신규 고용된 청년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직원 한 쌍당 최대 1080만 원의 추가지원금을 꺼내들었지만, 이 내용 또한 의구심을 피할 수 없다.

2006년부터 이미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었으나, 고용부가 밝힌 '2014년도 임금결정현황'에 따르면, 국내 사업장의 대부분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단순히 추가지원금만으로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유도하고 청년 취업 안정을 연착륙시키겠다는 생각은 지나치게 단순한 것이 아닌지 되새겨보아야 한다.

고용창출의 '평행세계'

우연의 일치로 대국민 담화가 있던 날,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은수미 의원 대표로 발의되었다. 아래 그림에 제시된 기업의 소득에 대한 항목의 법인세를 38% 로 조정하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었다.

 

'만일 법안이 통과된다면 기업저축(사내유보금)에 대한 인센티브가 급격히 감소함으로써, 710조에 이르는 대기업 사내유보금을 투자와 고용으로 전환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보도자료는 밝히고 있다. 결국 기업이 빗장을 건 사내유보금의 창고를 열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목표인 셈이다.

이 법안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했던 세제 개혁안의 목표와 맞닿아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5년 2월 '부자 증세'와 함께 자국 기업이 외국에 보유하고 있는 유보금의 14%를 2016 회계연도에 일회성 과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유보금을 외국에 보유하고 있음으로써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편법'을 견제하고 본국의 재투자를 유발해 고용을 창출하고자 했다. 물론 이 방안은 즉각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사내유보금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심각한 문제이다. 장하성 교수는 그의 저서 <한국 자본주의>에서 '2004년 이후 2011년까지 기업들은 매년 벌어들이는 당기순이익에 비해 차기로 이월하는 이익잉여금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그 결과로 2004년 차기 이익잉여금은 당기순이익의 100%였다가 불과 7년 만인 2011년에는 311%로 세 배가 늘어났다'고 지적한다.

고용 없는 성장의 책임은 위험을 극도로 회피하는 국내 재벌 대기업들의 지나친 사내유보금에게도 있는 것인가? 장하성의 <한국 자본주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수익성이 좋고 부채 상환 능력이 충분한 기업의 경우에는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세금 절감 효과 때문에 주식 발행이나 내부유보금 적립보다 비용 면에서 더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이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회피하는 더 직접적인 이유는 매우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는 총수들이 자신들의 지분을 유지하기 위한 개인적인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결국 청년고용을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는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를 어린 아이처럼 맹목적으로 믿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임금피크제'는 연약함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라인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우리 모두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완벽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청년실업의 문제가 '추가지원금'에 달려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기업은 더 이상 당근을 먹지 않는다. 당근이 아닌 다른 카드도 손에 쥐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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