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노무현에 '대통령 거부권' 요구하더니 박근혜에겐 당했다

[코리아데일리 한승미 기자]

유승민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통령 거부권'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한편, 과거 유승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거부권'을 요구했던 사실이 새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005년, 한나라당이 제1야당의 불참 속에 새해 예산안이 처리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는 ‘정면승부’를 선택하면서 당시 박근혜는 “자유민주주의는 정치인이 모든 것에 앞서 지킬 필요가 있다”며 “이것을 못하면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분위기를 ‘정리’했다.

당시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핵심 측근들은 박 대표의 초강경 태도를 “국가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설명한다.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은 “박 대표는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국가보안법과 마찬가지로 나라를 망친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하다”며 “여기에 정치적 해석을 덧붙이는 것은 박 대표를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김기춘 여의도연구소장도 “박 대표는 정치적 득실이나 얄팍한 계산을 따지고 행동을 정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과거사법, 신문법 등이 통과된 데 이어 사학법마저 놓치면 자유민주의의 근본이 백척간두에 몰린다는 위기감이 박 대표에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배경을 달리 해석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당직자는 “대선 예비후보로서 지지율이 자신을 앞지른 이명박 서울시장에 맞서 당내 주도권을 틀어쥐려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여당에 계속 밀릴 경우 지지층으로부터 믿음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박근혜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며 이 시장을 뺀 ‘양자 구도’를 강화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측면을 짚는 견해도 있다. 한 의원은 “별 성과 없이 원내로 들어갈 때 제기될 책임론 때문에라도 원외투쟁을 멈출 수 없을 것”이라며 “여기엔 사학단체나 종교계 등이 힘을 모아주면 결국엔 대세가 유리할 것이라는 낙관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투쟁에 따른 박근혜의 득실은 동전의 양면적이었다.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보수층에게 ‘지킬 것은 지킨다’는 확고한 안정감을 줄 수 있겠지만, 다른 한쪽으로부터는 ‘역시 한나라당은 보수·기득권 집단을 대변한다’는 이미지를 고착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박 대표가 정체성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반공이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강화할 것”이라며 “오늘 의원총회에서 박 대표가 ‘나는 누구보다 대북관계에 유연한 생각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것 자체가 이런 우려를 방증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시 이러한 강경투쟁으로 인한 박근혜의 이미지 변화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한 의원은 “여성적이고 온화한 이미지를 탈피해 당차고 저돌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줬다”고 평가한 반면, “지금껏 박 대표의 부드러움과 절제, 합리성이 시대의 코드와 맞아 대중성을 확보했는데 이 부분에 스스로 치명적인 상처를 냈다”고 우려하는 당직자도 있었다.

한 소장파 의원은 “지금 황우석 교수 파문, 농민사망 사건 등 야당 대표로서 리더십을 발휘할 굵직한 사안들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투쟁 일변도로 가는 것은 결국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더욱 부각시킬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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