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마지막 발악? 새누리당 뒤통수 "공천 때 몇십억이 오고 가.."

[코리아데일리 한승미 기자]

새누리당은 12일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 검찰 수사를 받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면서 과거 한나라당 시절 수억원대 공천헌금이 오갔다고 발언한 데 대해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우선 비록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돈공천 의혹'이 다시 불거질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으로 선거 때마다 어려움을 겪어온 새누리당은 그동안의 숱한 혁신 노력에도 불구, 또다시 '불법 공천자금이 횡행하는 부패 정당'이란 주홍글씨가 새겨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에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2007년 대선 경선 자금과 2012년 대선자금 전반을 수사해야 한다며 공세의 고삐를 조이는 상황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홍 지사가 거론한 '국회대책비', '공천헌금' 등 발언에 대해 "나는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면서 "워낙 한심해서 할 말이 없다"며 곤혹스러워하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와 관련, 당 지도부 인사는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2011년 6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부탁으로 자신에게 건넨 1억원을 "2012년 총선 대비 공천헌금"이라고 진술한 내용을 반박하면서 과거의 공천 헌금에 대해 언급했다.

홍 지사는 2004년 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 시절을 언급, "영남 지역의 한 의원이 (공천이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9시에 국회 사무실로 찾아와 '5억원을 줄 테니 공천을 달라'고 해 내가 '16대 때는 20억원을 준 걸로 아는데 왜 17대 때는 5억원이냐'하니까 즉각 '20억원을 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윤 전 부사장이) 1억원 이야기를 하는데, 1억원은 정치권에서 광역의원 공천하는 돈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각에선 과거에 공천헌금이 관행적으로 이뤄졌음을 사실상 인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2004년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한나라당의 17대 총선 공천 작업이 본격화되던 당시 중진 의원들이 정치신인에게 밀려 잇따라 공천에 탈락하는 사례가 나오자 현역 의원들이 공천심사위원들을 상대로 한 로비와 청탁이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당을 살렸던 17대 총선 공천을 '대표적인 개혁 공천'으로 내세워왔다는 점에서 홍 지사의 발언은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17대 공천 당시 돈을 들고온)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공천이 당선이라고 보는 지역은 그런 경우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 전 지사는 홍 지사가 언급한 5억, 20억원 액수에 대해 "그 이상인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면서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절대로 받은 일이 없고 매일 아침 회의하면서 우리는 절대로 오점을 남기지 말라고 위원장으로서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지사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시 공천은 깨끗했다"면서 "특히 우리는 당시 야당이었고 탄핵이다 뭐다 해서 난리 났을 때인데 만약 돈에 연루되면 지지자들이 다 흩어지고 선거를 망치니까 '청렴 경쟁', '부패 척결'을 최우선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당시 공천심사위원이었던 또다른 인사는 "홍 지사의 이야기는 과장된 것"이라고 반박하면서 "자기 입지를 위해서 공천심사위원 전체를 모욕하는 식의 그런 발언을 하는 건 잘못"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인사는 "공심위원 한 분 한 분에 대해 어떤 개인적 이야기가 오갔는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당시 금품을 받고 흥정하거나 뒷거래하는 식으로 공천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당 관계자도 "2004년 당시에는 16대 국회에서 '오세훈법'이 통과된 이후여서 정치자금에 대해 정치권 전반의 분위기가 엄격했고,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으로 당이 망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처지라 돈 공천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의 발언에 대해 "마치 우리 당 공천 전반에 돈 공천이 횡행했던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경솔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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