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떨어진다…40달러선도 위협 가능성"

[코리아데일리= 심민재 기자 ]

지난해 11월2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 감산불가 방침을 발표하는 순간 시작된 '3차 오일전쟁'이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우디는 유가가 계속해서 떨어지면 생산 원가가 높은 쪽부터 문을 닫게 되고, 공급량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원위치로 돌아간다며 '저유가 버티기 게임'을 벌이고 있다.

▲ 뉴욕상업거래소(NYMEX) 모습 (자료사진)

유가 하락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을 사수하겠다는 사우디는 미국 셰일오일사나 다른 산유국이 먼저 생산량을 감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낮추기까지 했다.

하지만, 승패를 가를 유가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훨씬 더 밑으로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애초 시장에서는 사우디 등 중동 육상의 원유 생산원가는 배럴당 평균 10∼17달러인 반면 미국 셰일오일사들의 생산원가는 평균 70∼77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유가가 60달러 중반으로 내려오면 셰일오일사들이 속속 가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셰일오일사들은 소규모 기업이고, 석유 생산국들은 어찌됐든 나라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셰일오일사들이 불리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원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밑으로 내려왔지만 아직 원유 생산량 감소에 따른 유가 반등 조짐은 보이질 않는다.

6일(현지시간)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47.93달러,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48.08달러를 찍었다.

유가가 떨어지면서 미국 셰일오일사들이 신규 투자를 못 하고 생산량이 일부 줄기는 했지만, 영향이 미미해 유의미한 감산이 있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셰일오일사들의 생산원가는 과거 100달러 안팎으로 높았지만 최근 생산 효율성이 향상되면서 40달러선까지 버틸 수 있는 업체가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다른 산유국들도 생산량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러시아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1천67만 배럴로 구소련 붕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라크의 원유 수출량 또한 1980년 이후 최고치를 달성한 데 이어 이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재정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은 곧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나 '원유 차관' 등 경제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하루 52만 배럴 수준인 대중국 원유 수출량을 2016년까지 100만 배럴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이처럼 유가 하락을 저지할 요인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기 때문에 40달러선 붕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국제 유가가 요동쳤던 2008년을 되돌아보면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9달러선에서 오르기 시작해 7월 초 140달러를 찍더니 미국발 금융위기 강타로 급락해 12월31일 36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년 만에 무려 104달러가 내린 셈이다.

두바이유 가격은 2009년 1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하반기에는 60달러 후반∼70달러대로 올라갔다.

국내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가 올해 2분기(4∼6월) 저점을 찍고 하반기부터 반등해 연평균 65∼70달러선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초부터 낙폭이 커지면서 1분기(1∼3월) 중 저점을 찍을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정유사 관계자는 "일일 유가로는 40달러 정도가 저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워낙 변수가 많아 일시적이나마 40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가 추락의 끝이 보이지 않다 보니 외국에서는 유가가 올해 6월 배럴당 20달러까지 내려간다고 보고 이에 베팅하는 외가격(OTM) 풋옵션 매수자까지 등장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실제로 20달러까지 내려갈 확률은 희박한데 이런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은 그만큼 유가의 추가하락쪽에 베팅하는 세력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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