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硏 분석…"유가 10% 하락땐 구매력 9.5조↑…기업 제품價 내려야"
"전체 산업 생산비용 0.67% 감소…일본·중국보다 감소 효과 커"

[코리아데일리= 심민재 기자 ]

주요 국책연구원들이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49달러까지 하락하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정도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을 정부에 보고했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은 공급 요인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수요 부족에 따른 디플레이션과 다르다"고 말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금융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5개 국책연구원은 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유가하락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 하락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유가가 하락세 진정으로 연간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에 머무는 가운데 세계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한다고 가정할 경우는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0.1%포인트 상승하고 물가 상승률은 0.1%포인트 떨어진다고 봤다. 경상수지는 52억5천만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원유 공급과잉이 확대되고 세계경제 성장세가 위축돼 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49달러까지 추가 하락하는 경우에는 경제성장률 0.2%포인트 상승, 물가상승률 0.4%포인트 하락, 경상수지 102억1천만달러 증가 등 영향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공급 감소 충격이 발생해 유가가 배럴당 84달러까지 회복될 경우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0.2%포인트 올라가는 한편 경상수지도 60억5천만달러 줄겠지만,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2000년대 국제유가 추이를 실증 분석한 결과 유가가 공급측 요인만으로 10% 하락하는 경우 경제성장률과 소득은 각각 0.2%포인트와 0.3%포인트 상승하지만, 공급측 요인뿐 아니라 세계경제 성장 둔화라는 수요측 요인이 발생해 유가가 떨어질 때에는 성장률 0.02%포인트, 소득 0.2%포인트 각각 상승으로 영향이 축소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별 분석을 내놨다.

  유가가 10% 하락할 경우 경제 전체의 구매력은 9조5천억원(GDP 대비 0.76%) 가량 증가하는데, 증가분의 54.8%인 5조2천억원이 가계에, 17.8%인 1조7천억원이 정부에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구매력 상승은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돼 소비 활성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기업이 석유제품 가격 감소분을 비석유제품 가격에 전가할 경우에만 이런 귀착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이 석유제품 가격 감소분을 비석유제품 가격에는 전가하지 않을 경우 경제 전체에서 늘어나는 구매력 10조4천억원 중 9조4천억원이 기업에 귀속되고 나머지 1조1천억원만 가계의 민간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등 '기업 독식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유가 하락의 긍정적 영향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생산비용 감소가 재화 및 서비스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라며 기업이 유가 하락에 따른 생산비용 절감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가 하락은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비용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는 유가가 10% 하락할 경우 전체 산업 0.67%, 제조업 1.04%, 서비스업 0.28%의 생산비용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세계 산업연관분석에 따르면 유가 10% 하락시 한국 전산업 생산비는 0.76% 감소하는 반면 일본과 중국은 각각 0.34%, 0.36% 주는 데에 그쳐 한국이 수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국내 제조업의 경우 유가 10% 하락시 수출은 0.55%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유가 하락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산업, 조선업, 신재생에너지산업, 정유업계 등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돼 선제적인 사업 재편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유가 하락으로 일부 산유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미국의 금리인상 등과 겹쳐 신흥국에서 급격한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은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대외채무 등 주요 지표로 볼때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신흥국 중 매우 낮은 그룹에 속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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