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중국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무성 대표가 참석, 개헌발언 관련 해명을 하고 있다

[코리아데일리 이상규 기자]

17일 정치권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치고빠지기식 발언이 최대의 하두로 떠올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개헌이 봇물 터질 것'이라고 발언 한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입장을 180도 바꿔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

김 대표는 17일 자신이 촉발시킨 개헌논의와 관련, "민감한 발언을 한 것을 제 불찰로 생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당분간 개헌논의 중단 입장을 취했다. 자신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어 어리둥절하게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탈리아 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회의에 참석했는데 제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분명히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개헌 논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가장 먼저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의 지시' 등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등 정치권은 또다시 출렁이고 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6일 중국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가진 조찬간담회에서 개헌 논의와 관련, "정기국회가 끝나면 봇물터지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연말 개헌정국 가능성을 예고했다.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은 또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것"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밝힌 지 불과 열흘 만에 나온 것이라서 정치권 안팎에 상당한 파장을 야기했다.

특히 비박계(비박근혜계)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사뭇 다른 주장을 편 것으로 해석되면서 여의도 정치권에 전운이 감돌았다.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위 회의실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농림부 산하기관장들에게 질의하고 있다.
일각에선 당과 전국 광역단체장 주요 포스트를 장악한 비박계가 개헌론을 고리로 박 대통령, 친박계(친박근혜계)와 정면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온 실정이었다.

그렇다면 김 대표가 하룻밤사이에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정치적 파장을 감안하지 않고 개헌발언을 꺼냈을리는 만무하다. 그 것도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인 상황에서, 자신 역시 중국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개헌문제를 거론한 것은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김 대표의 전격적인 입장변화는 작전상 '일보 후퇴'전략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치밀한 '치고빠지기'식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표면상으로는 김 대표가 개헌 봇물 발언으로 청와대와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조짐을 보이자 급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인식된다. 이 사안이 박 대통령과 정면 대결양상으로 비화되고 있는데 대한 부담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친박계측이 거세게 반발한 점도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이완구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기국회 때까지 당에서 일체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도록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도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가진 티타임에서 "'돌직구', '대통령과 정면충돌'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왔는데,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개헌 발언 이후 청와대의 연락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전혀 없었다"고 일축했다.

한편 이에 대해 정계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김 대표가 이날 발언을 거둬들이긴 했지만 폭발성있는 개헌문제를 일단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조만간 재론할 가능성은 크다.”면서 “그 이유는 현 권력체제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따라서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개헌문제는 야권도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되면 김 대표가 자연스럽게 정국의 키를 쥐고 나가면서 대권주자로서의 행보에도 상당한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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