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강유미 기자]

10월 12일 밤 11시 10분 KBS 2TV 다큐멘터리3일 시간에는 ‘금소리의 소리’를 방영 애잔한 방향을 불러 일으켰다.

경상북도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는 사과 주산지 중 하나이자 품질 좋기로 유명한 삼베, 안동포를 만드는 마을이다. 쌀농사와 밭농사는 물론이고 사과농사와 안동포까지 하느라, 여느 농촌보다 더 분주하다.

특히 가을이 되면 수확을 앞둔 사과의 마지막 손질과 봄에 파종했다가 여름에 거둬놓은 대마줄기를 실과 옷감으로 만드느라 눈 코 뜰 새 없다.

올해는 윤달까지 겹쳐, 수의용으로 안동포를 찾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가을을 맞고 있다.

 
중장년층에서부터 팔십 넘은 노인들까지, 금소리 마을에서 빈손을 놀릴 사람은 없다. ‘땀의 약속’을 믿는 사람들. 굳은살 박이고 주름진 직녀와 농부의 손끝을 통해 듣는 금소리의 가을 이야기는 곳곳에 애절함이 묻어 있다.

전국의 장례식장에서 인기 상품인 안동포 생산량의 70%가 금소리에서 만들어진다. ‘철커덕 철커덕’ 소리를 따라 가면 낡은 베틀에 앉아 삼베를 짜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금소리 마을의 여인들은 대부분이 평생에 걸쳐 안동포를 만들어 온 삼베 장인들이다. 할머니의 할머니, 또 그 할머니의 할머니로부터 길쌈 솜씨와 직녀의 삶이 대물림돼 왔다.

삼베 작업은 대마를 베서 옷감을 짜기까지 천 번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치아를 이용해 대마 속껍질을 쨀 때는 입술이 찢어져 피 나는 것은 예사이고, 삼 올을 허벅지에 비벼 실로 만들다 보니 새색시 적 뽀얗던 허벅지엔 굳은살이 박였다.

삼베 한 필을 만들기 위해 쓰이는 실 길이는 총 4천 km. 서울에서 부산까지 왕복 5번을 할 수 있는 길이의 실 한 올 한 올 마다 할머니들의 땀과 눈물이 묻어있다.

 
그러나 금소리 마을에서 길쌈하는 사람은 대부분이 7,80대의 할머니들. 50대는 거의 없고, 60대도 손에 꼽을 정도이다. 13가지 공정의 수작업으로 이뤄진 삼베 일을 제대로 배우려면 1,2년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안동포 짜기’는 경북 무형문화재 1호로 지정되어, 그 명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쏟아 붓는 투자와 시간에 비해서 수익이 나지 않아 좀처럼 전수자를 찾기가 어렵다.

손가락 관절이 뒤틀리는 고생 속에서도 안동포 덕분에 가정을 지켜왔던 할머니들. 더 이상 그 땀의 보답을 얻지 못하고, 안동포의 명맥도 함께 끊어지는 것 같아 한숨짓는다.

고왔던 손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평생 땀의 가치를 믿고 살아온 금소마을 사람들. 내가 흘린 땀방울의 가치가 빛을 잃어간다는 불안감에 허탈함을 숨길 수 없어 애절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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