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뉴시스

[코리아데일리 강지현 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6일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신뢰 구축과 평화통일의 길에 나서야 한다”며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거듭 촉구했다.

윤 장관은 이날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열린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 순국사절 추모비 제막식’에서 추도사를 진행했다.

(이하 전문)

아웅산 순국외교사절 유족 여러분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제59주년 현충일인 오늘, 우리는 특별한 감회를 갖고 아웅산 국립묘지에 서 있습니다. 30여년전 바로 이곳에서 북한의 테러로 안타깝게 산화하신 순국외교사절 열일곱 분들을 기리는 추모비 제막식을, 그 통한의 현장에서 갖기 때문입니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이역만리 타국에서 운명하신 그 자리에 꽃 한 송이 바칠 곳조차 찾지 못한 애통함을 가슴에 묻고 살아오신 유족 여러분께 이제서야 마침내 위로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 추모비 건립은 유족들은 물론 우리 국민 모두가 고인들의 숭고한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느 시인은 노래했습니다.

“나는 잠들지 않았습니다.
나는 천의 바람, 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
나는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이며,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입니다.”라고.

그렇게 열 일곱분의 영령들은
바람과 햇빛, 대지를 적시는 부드러운 비로
대대손손 우리 국민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1983년 10월 9일 북한 공작원들에 의한 아웅산 묘소 폭탄테러는 북한의 호전성과 잔혹성을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만행이었습니다. 그것은 한반도 분단의 비극적 현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사건이기도 하였습니다.

오래 전 북녘 땅을 바라보는 임진강 자락에 세워진 열일곱 분 위령탑의 비문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져 있습니다. “원한을 넘어서서, 한 겨레, 한 울타리, 한 품속에서 같이 살자”라고. 이렇게 분단의 고통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자는 것이 바로 고인들의 숭고한 뜻이자,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 대한 엄숙한 당부이기도 합니다.

그 뜻에 부응하여 우리 국민들은 그간 한반도 통일에 대한 꿈을 소중히 지키면서 통일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아시아와 세계 속에 우뚝 솟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통일을 위한 여건도 꾸준히 조성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 걸쳐 많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은 오랫동안 닫혀 있던 미얀마에도 개혁과 개방을 가져왔습니다. 이제 북한도 변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흐름에 부응하여 고립과 퇴보의 길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신뢰 구축과 평화통일의 길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반성이자 고귀한 넋들을 위로하는 진정한 참회의 길이 될 것입니다.

또한 금번 추모비 제막식은 한국과 미얀마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지난 2년여 동안 추모비 건립을 위해 협력하는 과정에서 양국은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배려를 확인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내년도 양국 수교 4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추모비 건립은 큰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추모시설을 건립할 수 있도록 어려운 결정을 해주신 「떼인 세인」 대통령님을 비롯한 미얀마 정부 관계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아웅산 묘역 순국사절 추모비가 건립될 수 있도록 애써주신 국내의 많은 분들과 기관들의 협조에도 감사드립니다.

권철현 위원장님과 추모비 건립위원회 관계자분들, 이기백 장관님, 양상훈 조선일보 논설주간님, 건축을 담당하신 국내 전문가분들, 기부금을 지원하신 세종재단, 무역협회,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간단체,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등 관련 부처에도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 국민들은 임진각 위령탑에서 양곤의 아웅산 추모비로 이어지는 순국선열 열일곱 분의 고귀한 뜻과 영원히 같이할 것입니다. 자유를 향한 역사의 전진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 한반도 구성원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한 평화통일을 이루는 날까지 앞서 시인의 말처럼 고인들은 바람이 되어 햇볕이 되어 우리를 이끌어 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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