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압시비에 휩싸인 KBS심야토론의 한장면 (특정기사와 관련이 없음)

[코리아데일리 이규희 기자]

책임프로듀서(CP)인 장영주 CP가 3일 밤 사내게시판을 통해 길환영 사장의 시사프로그램 개입을 폭로하면서 사퇴설은 더욱 더 파문을 몰고 있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보도개입 폭로에 이어 장 CP의 시사프로그램 개입 폭로로 길환영 사장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진실게임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아울러 5일 예정된 KBS 이사회에서 이 폭로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장 CP는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사측 간부이기도 하다. 그는 입증자료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폭로한 길 사장의 시사프로그램 제작 개입 정황은 다음과 같다. 기장 먼저 ‘심야토론’을 들고 나왔다.

장 CP는 “아이템이고 출연자고 프로듀서가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일일이 보고하고 기다렸다가 정했고 책임프로듀서인 나도 맥없이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 길환영 사장
장 CP는 “어디에선가 ‘컨펌’을 받은 토론주제는 우리가 하고자 한 것이 아닐 경우가 많았다”며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핫 이슈’ 대신 정권에 부담 없을 다른 이슈를 선정하면서 정말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자의 선정에도 통제가 들어왔다”며 “그 개입의 결과로 미묘한 이익을 얻는 곳이 야당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장 CP는 “그 지시가 내려왔던 그곳은 본관 6층, 사장이었다”며 “내가 심야토론의 책임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작년 초 세 달 동안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당시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었던 일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문제 제기는 지난해 말 논란이 됐던 ‘TV쇼 진품명품’의 진행자 교체 건이다.

장 CP는 김동우 아나운서의 투입은 길 사장이 청와대에 잘 보이기 위한 신호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장 CP는 “공방위에서는 사측위원장 이하 그 누구도 김동우 아나운서를 MC에서 내리겠다는 말을 못하고 노조의 교체 주장에 수세적으로 방어하느라 급급했다”고 말했다.

장 CP는 “진품명품 관련PD, 국장, 심지어 본부장까지 자르고는 결국 진품명품은 외주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다”며 “이 사건의 한 당사자는 사장이 ‘이 건으로 청와대에 끈을 대는 일에 성공했다’고 내게 문자를 보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위는 알 수 없지만 공방위 사측 간사였던 나는 그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었다”며 “김시곤 전 국장이 말한 ‘청와대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란 증거를 제발 대고 지금이라도 김동우 아나운서를 잘라 달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지난해 ‘추적 60분’이 방송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편이다. 당시 ‘추적 60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그런데 KBS는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지난 3월 돌연 취소해 제작진의 반발을 샀다. 장 CP는 그 지시를 내린 주체가 길환영 사장이라고 주장했다.

장 CP는 위와 같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주장했다. 장 CP는 “사건이 벌어지고 가장 두려웠던 것은 KBS가 김재철의 MBC처럼 되어갈 가능성”이라며 “서서히 그 두려움이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이사회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는 한 우리 KBS는 서서히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 김동우 아나운서
장 CP는 “정권에 잘 보여야 임기가 보장되기에 초반에는 어쩔 수 없겠다고 이해하려 했지만 그럴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 너무 많이 나가 이제 돌이키기는 완전히 불가능할 것 같다”며 “줄곧 권력을 추구하던 기자들로 인해 온갖 의원들 다 배출하다 청와대 대변인까지 배출했고, 나도 그런 권력지향적인 자들이 미우나 사장의 잘못은 그런 개인적 일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장 CP는 “공영방송의 최고 수장이 공영방송 전체를 특정 세력에 헌납하려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이제 신변정리를 하고 명예로운 퇴진을 결심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의 의결과 관계없이 자존심을 지켜달라”며 “싸움이 길어지면 모두 망한다. 만신창이가 될 KBS를 구할 사람 역시 길환영 사장 당신뿐이다. 사장의 용단을 부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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