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김보라 기자]

피디수첩이 산업재해, 숨겨진 진실을 파헤친다.

3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은 산업재해로 사망에 이른 노동자의 실태와 구조적 원인에 대해 취재했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사망에 이른 노동자는 1,929명으로 매일 5명 이상이 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셈이다. 2008년 국제노동기구(ILO)의 통계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산재 사망률은 터키, 멕시코 등과 1위를 다툰다.

그 중에서도 사고가 가장 많은 곳은 건설 현장으로 산재 사망자의 47.3%가 건설 노동자이다.

그러나 이는 산재보험 처리를 해서 잡힌 통계일 뿐 실제로 현장에서는 더 많은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것이 현실이다. 관계부처가 지도점검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매년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끊이지 않는 산재 사망사고
지난 5월 24일 수원 광교 신도시의 주상복합건물 신축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타워크레인이 건물 32층 옥상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타워의 키를 높이는 텔레스코핑(상승) 작업 중에 일어났다. 타워크레인 전복 사고의 경우다수가 상승작업이나 설해체 작업 중에 발생한다. 사고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기계적 결함, 조종사의 과실, 안전점검 등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2010년 중고로 우리나라에 수입된 해당 타워크레인은 당시 본체만 수입했고, 이번 텔레스코핑 (상승) 작업에서 조종석을 포함한 타워의 상층부를 들어 올리는 역할을 하는 ‘텔레스코핑 케이지(상승틀)’는 함께 수입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계에 대한 위험성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다. <피디수첩> 제작진은 취재도중 이미 두 달 전 현장 노동자들이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과 같은 현장에서 작업중인 동일한 모델에 대해 위험성을 경고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작업자들은 흔들림 등 작업에 불안감을 느껴 작업 거부까지 했다고 했다. 이미 기계에 대한 위험성이 제기됐지만, 회사 측이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해서 발생한 예고된 ‘인재’는 아니었을까.

▲ 산재은폐 조장하는 기업
지난 한 해 동안 재해자수는 9만1천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는 실제 산재 발생률은 이보다 12배에서 크게는 30배 이상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망사고를 제외한 경우 대개는 산재보험으로 처리하지 않고, 회사와 재해자 간에 합의를 하는 이른바 ‘공상’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 사고에 비해 발생 규모가 축소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4월 8일 잠실의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 배관 연결을 위해 길이를 측정하던일용직 근로자 황 모 씨가 압력으로 튕겨 나온 철제 배관 뚜껑에 머리를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인 8시 20분 경 현장에서 전화를 건 곳은 119가 아닌 롯데건설이 지정한 S병원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S병원 구급차에는 의료진
없이 운전기사와 산재를 담당하는 원무과 직원만 동승한 상태였다. S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현장에서 황 씨를 사망이라고 판단해 응급실이 아닌 인근 대형병원으로 이송했다고 한다. 119에 신고한 것은 S병원에 연락한 지 18분이 지난후였고,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황 씨가 이송된 후였다.
당시 현장에서는 왜 119 대신 지정병원인 S병원에 먼저 연락한 것일까.

▲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죽음
지난 2010년 7월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신축 현장. 72층짜리 주상복합 초고층 건물을 공사 중이던 현장에서 근로자 3명이 사망했다. 산업안전공단의 재해조사의견서에 따르면 작업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안전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점을 재해 발생의 원인으로 꼽았다. 안전관리에 책임이 있는 시공사 현대산업개발과 하청업체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2012년 경북 의성의 4대강 공사현장에서는 현장 점검 중이던 원청 소속 토목기사와 하청업체 관리자 등 2명이 콘크리트 더미에 매몰된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부 수사 결과 원청인 두산건설과 하청업체가 기소됐다. 건설 현장에서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건설업체는 업무상 과실치사 및 산업 안전보건법 등으로 형사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사건은 근로자가 사망에 이른 중대재해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원청은 모두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었다.이들은 어떻게 법적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일까.

두 사건 모두 고용노동부 출신의 김 노무사가 이끄는 A노무법인에 사건을 의뢰했고,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다. 김 노무사는 전직 근로감독관 출신으로서 수임한사건의 무혐의 처분을 위해 수사를 담당한 해당 근로감독관들에게 청탁한 혐의를받고 있다.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은 수임료와 성공보수로 각각 1억1천만 원, 9,900만 원을 김 노무사에게 지급했다고 한다. <피디수첩> 제작진은 김 노무사에 대 한 수사 기록을 입수해 그가 수임한 74건의 중대재해 사고에 대해분석했다.

사건을 의뢰한 대형 건설사들은 김 노무사에게 많은 경우 2억 원 가까운 수임료를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왜 기업들은 거액의 수임료까지 부담하면서 무혐의를 받고자 한 것일까.

PQ란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제도로 점수가 모자랄 경우 관급공사 입찰에 제한을 받는다. 이 PQ 점수에 영향을 끼치는 것 중 하나가 ‘환산 재해율’이다. 산재 발생 건수가 늘어날수록 환산재해율도 커지는데, 특히 사망의 경우 부상에 비해 10배의 가중치가(무혐의 처분시 일반 산재와 동일) 부여되기 때문에 기업들은 입찰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무혐의에 목을 맸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폐해가 지적되자 감점을 완화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들이 산재를 은폐 하는 이유가 남아있다.

▲ 누구를 위한 산재보험인가
산재보험은 사업주들이 납부한 보험료로 근로자들의 업무상 재해를 보장해 주는 보험이다. 현재 원청이 부담하는 산재보험은 산재 발생 현황에 따라 보험요율을 조정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들이 사고를 은폐하거나 산재보험 처리를 하지 않다보니 정부에서는 보험료를 깎아주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들이 산재보험료 감면으로 얻는 이득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대형 건설사 10곳이 감면 받은 산재보험료는 4,000억 원 가까이 됐다. 산재은폐가 많아질수록 그 이익은 기업에게 돌아가고 있었다.

건설 현장의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무리한 공기단축과 저가 입찰로 인한 위험부담이 노동자들에게 전가된 것이라고 했다. 비용 절감과 효율성이 최우선인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 역시 이러한 구조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는 이상 OECD 산재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올해로 산재보험이 50년을 맞았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가 은폐 되는 산재 때문에 제대로 보
호 받지 못하고 있다.

MBC PD수첩은 줄지 않는 산업재해의 실태와 구조적 원인에 대해 취재했다.

<사진출처=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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