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newstomato

[코리아데일리 강지현 기자]

여자친구에게 화가 난다는 이유로 자신이 선물한 강아지를 죽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대학생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강아지를 때려 죽인 혐의 등으로 기소된 홍모(22)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홍씨는 2012년 5월 SNS를 통해 동갑내기인 권모(여)씨를 알게 돼 교제를 시작했다. 하지만 사귄지 반년이 채 되지도 않아서 권씨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둘 사이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권씨는 남자친구의 행동을 견디기 힘들었다. 휴대전화 번호를 바꾸며 홍씨의 연락을 피했지만, 그는 집과 일터를 찾아와 권씨에게 손찌검을 했다.

급기야는 홧김에 권씨의 집에 있던 암컷 슈나우저 강아지를 책상 모서리 쪽으로 집어던지고 손으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자신이 직접 사다가 권씨에게 선물한 강아지였다.

권씨가 자신의 배를 흉기로 찔렀다며 경찰에 거짓 고소하기도 했다.

박 판사는 홍씨가 강아지를 때려 죽인 혐의를 비롯해 상해·무고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박 판사는 "홍씨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어떤 죄의식이나 반성 없이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권씨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씨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며 장기간 범행을 저질렀다"며 "권씨가 홍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희망한다는 점, 피해자의 육체·정신적 고통이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씨의 범죄사실 중 강아지를 숨지게 한 혐의에는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됐다.

동물을 죽인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은 동물보호법에도 마련돼 있긴 하지만 형량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타인에게 막말을 한 죄(모욕)의 법정형(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재물손괴죄의 형량은 이보다 많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학대 행위에 대한 적정 처벌수위를 고려해 생명체인 동물을 물건으로 상정해 기소하고, 판결을 선고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동물의 생명 경시 풍조를 막는다는 동물보호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관계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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