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시아나항공
사진=아시아나항공

[코리아데일리 정다미 기자] 영국이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한공의 기업결합심사를 유예하고, 미국에서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두 기업의 합병이 난항을 겪고 있다. 두 기업의 합병이 시작된 지 2년을 넘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이러한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2500억원의 계약금 소송에서 승소했다. 올해 3분기에는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코로나19의 피해를 딛고 일어서고 있다.

한국 등 9개국 기업결합심사 승인 완료

대한항공은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에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경쟁당국 심사기관에 합병 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한국을 비롯해 필수신고국인 튀르키예(터키), 태국, 대만, 베트남과 임의신고국인 호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등 9개국이 기업결합심사를 승인하거나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현재 임의신고국인 영국과 필수신고국인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 5개 나라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부 노선의 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슬롯)와 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운수권)을 다른 항공사에 이전하는 것과 운임 인상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승인한 바 있다.

이후 세계 항공시장에서 영향이 큰 미국의 승인을 받으면 무리 없이 연내에 합병 수순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 잇따라 심사를 연장하며 두 기업의 합병 진행은 안개 속이 됐다.

영국 “독과점·화물 경쟁 우려”·미국 승인 여부 발표 아직

영국의 시장경쟁청(CMA)는 런던-서울 항공편을 독과점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합병 승인을 유예했다. 두 기업이 합쳐지며 항공편 가격이 더욱 높아지고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고 봤다. 또 두 기업이 영국과의 항공 직항화물 서비스의 주요 공급업체라는 점을 고려해 화물 운항 부분의 경쟁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도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이에 21일까지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제안서를 제출하라고 밝혔다.

미국은 당초 심사 시작 이후 75일 이내에 결과를 낼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한을 넘겨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 법무부가 요청한 자료를 제출했고, 임원 인터뷰 등을 마친 상황이다. 미 법무부는 추가로 시정 요구를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승인 여부는 다른 필수신고국인 유럽연합, 일본, 중국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결과가 늦어지며 다른 국가들의 심사 시작과 결과도 함께 지연되는 모양새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증권 2500억 계약금 소송 승소

대한항공과의 합병에 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해 2500억원의 계약금을 챙기게 됐다.

지난 2019년 11월 현산과 미래에셋증권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후 현산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고 거래금액의 10%인 2500억원대 이행보증금을 지불했다.

2020년 9월 거래가 무산되자 양측은 계약금을 두고 갈등했다. 이에 11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은 현산 측이 인수 의지가 없다는 판단하에 인수합병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와 함께 이행보증금을 몰취하는 내용의 질권소멸 통지 및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부장판사 문성관)는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보고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에 대한 계약금 반환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계약금에 설정된 질권이 모두 소멸됐다. 피고는 한국산업은행에 채권에 관해 질권이 소멸됐다는 취지를 통지해야 한다. 피고들에게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현산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산 측은 인수 과정 중 아시아나항공이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계약이 무산됐고, 아시아나 측의 귀책으로 발생한 부정적인 영향이 판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번 판결이 항소심에서도 유지된다면 계약금 2500억원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에 귀속된다.

6분기 연속 흑자 기록… 코로나19 부진 딛고 여객 사업 활기

올해 3분기 아시아나항공은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2% 증가한 1조5249억원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43.1% 늘어 229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지나며 국내외 출입국 규정이 완화되고 국제선 운항이 확대된 영향이다. 여객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326%가 늘어나 74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원달러 환율의 급등으로 인해 당기순이익은 172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이어가 아쉬움을 남겼다. 아시아나항공은 대내외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해 수익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