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 가속화…역전세난 한 몫
금리인상에 대출이자부담…전세 인기 없어
고점에서 전세계약하면 '깡통전세' 우려돼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들이 전셋값 하락과 역전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금리인상 및 극심한 거래절벽 여파로 전세 수요 또한 급감하면서 집주인과 세입자간 갑을관계가 뒤바뀌고 있다.

집값이 급등했던 시기에 전세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갭투자에 나섰지만, 올해들어 세입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전세 가격도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전세가격이 하락하고, 전세물량이 쏟아지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심화되고 있다.

그리고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전세 자금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고 있는데, 이 역시 역전세난에 한 몫하고 있다. 월세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세 수요는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최근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도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8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못한 전세보증금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1089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집값 상승기 대출을 끼고 무리하게 갭투자한 물건의 경우,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게 되면서 경매 물건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지는 데, 전세가율이 높아지게 되면 임차인들이 임차보증금을 제때 반환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 집주인들이 반환 능력이 안 되면 임차인들은 해당 부동산에 대한 경매를 신청해 임차보증금을 환수할 수 밖에 없어 경매물건도 늘어날 수 있다.

또한 이사철을 앞두고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전세를 주게 된 일시적 2주택자들은 물론, 계약 만료가 임박해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야 하는 집주인들의 신음도 커진다.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가장 핵심 지표는 거래량이다. 가격은 속여도 거래량은 속이지 못한다.집값이 그 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 대출금리 인상, 금융시장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겹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집값이 추가적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전세도 역시 매매와 함께 하락세가 불가피하다. 전세와 매매는 동조화현상이 나타난다. 전세를 낼 때 대출을 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집을 영끌한 사람들도 힘들지만 전세 세입자들도 힘들 수 밖에 없다.

최근엔 전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세입자를 '모셔오기'도 어렵다. 최근 집 전체 도배를 마치고 전세 세입자를 구하고 있을 정도다. 사상 초유의 4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시장의 판이 완전히 뒤집혔다.

앞으로도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면서 전세시장은 약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끼고 내 집 마련한 갭투자자들이 자기 집을 전세로 내놓으면서 전세 물량이 늘어나는 경우도 있어 전세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시장이 고점을 찍었을 때 전세계약을 한 세입자들은 깡통전세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특히 세입자가 내는 보증금을 믿고 자금이 빠듯한 상황에서 갭투자를 한 매물에 세 들어 사는 경우는 더 불안하다.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 전체가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변동금리를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지원하는 등 정부의 선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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