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375원을 넘어서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결과 이전까지는 강달러 기조가 유력하다. 원·달러 환율 1400원까지 상단을 열어둬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외화 비상금'인 외환보유액이 또다시 감소세를 보여 정부 당국이 시장 개입에 사용할 '실탄'이 부족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71.4원) 보다 0.3원 오른 1371.7원에 마감했다. 지난 5일 기록한 연고점을 다시 경신한 것이다. 장 마감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70원을 넘어서면서 또다시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공포감이 커진다. 특히 원화 가치는 달러화를 비롯해 위안화나 엔화 보다도 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행보에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중국 도시봉쇄 우려, 유럽발 에너지 위기, 국내 무역 적자 확대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364억3000만달러로 전월 말(4386억1000만달러)보다 21억8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연속 감소하다가 외환시장 개입 속도 조절 등으로 소폭 증가하더니 다시 감소세로 돌아간 것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이 미국의 고강도 긴축 영향으로 외환시장 유동성 문제나 신인도 문제, 외환보유액 부족 등으로 인한 것이 아닌 만큼 1997년이나 2008년 사태가 반복할 것으로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금융위기나 외환위기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 경우 다른 국가들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처했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어 외환위기가 다시 발생할 위험도 배제할 수없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까지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때문에 완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상황은 양호한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권 등 금융 당국의 보다 더 보수적으로 외화 유동성을 관리가 필요하다. 대내외 불안요인이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기 상황에서 외화유동성 대응이 가능하도록 외화조달과 운용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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