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낙농협회, 한 달여 만에 논의 재개
원유 가격 인상 52원±10% 수준으로 예상돼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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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미 기자, 뉴시스] 추석 이후 유제품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낙농제도 개편을 두고 대립하던 정부와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최근 다시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가격이 지난해 인상폭의 2배 정도로 점쳐진 가운데, 유가공업체의 수익성 하락으로 제품 판매 가격이 500원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원유 가격이 52원±10%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곡물 가격, 환율, 물류비 등이 상승해 유가공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원유 인상과 함께 제품 가격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낙농협회의 논의는 정부가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이유로 관련 협의를 잠정 중단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앞서 7월 28일 농식품부는 “낙농협회와 낙농제도 개편 협의를 잠정 중단한다”며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제도 개편과 원유 가격 결정을 위한 논의를 중단한다. 낙농협회와도 신뢰가 회복되어 여건이 개선되면 즉시 논의를 재개할 계획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와 낙농협회의 마찰은 원유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두고 이견이 발생한 탓이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하여 대부분의 국가가 적용하고 있는 용도별 차등 가격제를 도입하고자 했다. 멸균 처리에 그대로 마시는 ‘음용유’와 치즈‧버터 등 유제품을 만들 때 쓰는 ‘가공유’의 가격을 다르게 해 가공유 시장으로의 진출을 확대를 도모하기 위함이다. 해외의 값싼 가공유에 대적해 국산 가공유의 사용을 촉진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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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낙농협회는 농가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며 강하게 반대했다. 용도별 차등 가격제가 도입될 경우 음용유 가격은 리터당 1100원 수준으로 유지되지만, 가공유의 경우 800원대로 하락한다. 유가공업체가 가공유를 중심으로 원유를 구매할 경우 농가의 실질소득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 낙농협회는 여기에 더해 국제 곡물가가 급등하며 사료값의 폭등세가 지속돼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유가공업계가 낙농현실을 외면해 사면초가에 놓였다고 강조했다.

낙농협회는 지난 29일 긴급 회장단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에 대화와 협의를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올해 원유가격 협상이 무기한 지연돼 현장 낙농가의 불만과 불안감이 최고조다. 정부와 건전한 대화를 통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희망하며 더이상 정부와 오해와 갈등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협회와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가 한 목소리로 지속가능한 낙농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대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해 나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원유 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를 토대로 협의를 거쳐 8월 1일 생산분부터 반영된다. 이번에는 협의가 잠정 중단에 들어가며 원유가격 조정 기일인 8월 1일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원유가격은 2020년 이월된 생산단가 인상분 18원과 올해 상승한 생산단가 34원을 더해 52원±10%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47월에서 많게는 58원 수준까지 오를 수 있지만 58원 오른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낙농가 자금 지원을 결정할 때 원유 1리터 당 58원 인상을 기준으로 해 월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낙농협회의 협상이 추석 전에 마무리될 경우, 추석 직후 서울우유,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주요 유가공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업계 1위가 언제, 얼마나 올리는지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결정되는 만큼 서울우유협동조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주요 유가공업체들은 21원(2.3%) 오른 원유 가격에 따라 주요 제품 판매가격을 평균 200원가량 인상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500원 이상 큰 폭으로 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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