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중국 청두점 매각 결의·중국 HQ 법인도 청산 마무리 수순
사드·제로 코로나19 압박에 애국 주의 ‘궈차오’ 열풍
대안은 동남아·북미·유럽 등 새로운 시장 개척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 사태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문구가 중국어로 게시돼 있다. / 사진=뉴시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 사태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에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문구가 중국어로 게시돼 있다. / 사진=뉴시스

[코리아데일리 정다미 기자] 롯데쇼핑이 사실상 중국에서 철수한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롯데백화점 청두점을 매각하고 중국 내에서의 계열사 관리를 위해 만든 중국 헤드쿼터(HQ) 법인도 청산 마무리 절차에 돌입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지난달 열린 이사회에서 중국 롯데백화점 청두점 매각을 결의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중국 HQ 법인도 청산한다.

롯데는 2008년 중국 베이징 왕푸징에 합작 형태로 1호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중국 현지 백화점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어 톈진, 청두, 웨이하이, 선양 등에 점포를 냈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 사태 이후 현지 사업에 고전을 거듭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남아있던 청두점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 폐점할 것이라는 예상이 파타했다.

또 중국에 진출한 롯데그룹 계열사를 관리하게 위해 2012년 세운 법인 중국 HQ도 중국 사업 부진으로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있다. 빠르면 이달 중, 늦어도 다음 달 초에 청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철수를 결정한 것은 비단 롯데쇼핑만이 아니다. 화장품, 패션 업계 등도 속속 중국에서 발을 빼고 있다.

사드와 제로 코로나19 정책 외에도 여러 기업이 중국 철수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애국 소비’가 꼽힌다. 중국 내에서는 애국 주의 소비, 일명 ‘궈차오(国潮)’ 열풍이 불고 있다. 궈차오는 중국 문화를 뜻하는 궈(国)와 유행을 의미하는 차오류(潮流)가 합쳐진 말이다. 중국의 MZ세대로 불리는 소분홍(小粉红) 세대가 자국 브랜드 소비 운동을 주도한다. 이들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태어나 애국 주의 교육을 받고 자란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다. 이들은 SNS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파급력이 큰 만큼 중국 소비시장의 주요 고객층으로 부상했다.

국내 기업의 대중 무역적자는 올해 5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올해가 연간 기준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애국 주의 성향을 보여 현지 수요가 부족한 탓이다. 최근 10년간 소비재 수출 비중도 3~5%에서 정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비재 중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해왔던 화장품도 11년 만에 수출 감소세를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수출이 20% 이상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에뛰드하우스는 지난해 중국 현지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했다. 헤라도 철수했으며, 이니스프리는 280개였던 현지 매장을 올해 안에 절반으로 축소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로 인한 중국 봉쇄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올해 상반기 경영 성과 발표에 따르면 해외사업은 아시아 지역의 매출이 중국의 영향으로 33.2% 하락했다. 이로 인해 전체적인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한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롯데쇼핑은 동남아에 집중한다. 롯데백화점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운영을 지속 중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현재 인도네시아 49개점, 베트남 14개점 등 총 63개점의 해외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화장품 업계는 북미 시장에서 브랜드 파워를 확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지난 1분기 대비 매출이 66% 오르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유럽에서도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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