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임금 10% 인상 부결
조종사노조 “코로나19 고통 분담 적극 동참해 2년간 임금 동결”
대한항공 “10% 인상은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률”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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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미 기자, 뉴시스] 2분기 실적 순항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조종사노조와의 임금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가 큰 이견을 보이며 6년 만에 조종사 파업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6월 대한항공은 일반노조, 조종사노조와 2022년 임금협상 교섭에서 임금 총액 10%를 인상하는 합의를 진행했다. 합의안에는 객실승무직 기본급 10%, 비행 수당 10% 인상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일반노조와 조종사노조의 임금협상이 같은 날 진행된 것은 창사 이래 최초다.

일반, 정비, 객실승무원 등으로 구성된 일반노조의 경우 올해 임금 합의안에 대한 투표에서 65.7%의 찬성(투표 인원 3565명 중 찬성 2341명, 반대 1210명(33.9%))을 얻어 가결됐다. 하지만 조종사노조는 조합원 투표에서 58.1%의 반대를 얻어 부결됐다. 투표 인원 2054명 중 반대 1193명(58.1%), 찬성 861명(41.9%)으로 집계됐다.

노조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2020년, 2021년 임금을 동결한 만큼 올해 임금 인상폭이 더 커야한다는 입장이다. 고통 분담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만큼 사측이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지난 4일 공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1% 늘어 3조3324억원, 영업이익은 274% 늘어 7359억원을 달성했다. 코로나19의 엔데믹으로 여객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고, 화물사업이 선전한 결과다. 여객 노선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07% 증가한 8742억원으로 집계됐다. 화물의 경우 44% 늘어 2조1712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 측은 조종사노조와 다시 임금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10% 인상이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률이라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소형기 부기장의 연봉은 수당을 제외하고 평균 1억2000만원, 대형기 기장은 2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서도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최근 일부 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 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임금 인상은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조종사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2005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파업으로 수출 물류가 차질을 빚은 뒤로 항공운수사업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전면 파업은 불가능하다. 국제선은 80%, 국내선은 50%의 필수 조종인력이 유지돼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극복하기 위한 상승 기류를 타고 있는 항공업계가 이번 임금협상 난항으로 다시 위기에 직면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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