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전 제품 외피 폼알데하이드 평균 459mg/kg 검출
외의류 및 침구류의 경우 300mg/kg 이하가 기준
서울YMCA “보상안도 스타벅스 이용하도록 강요”

사진=스타벅스
사진=스타벅스

[코리아데일리 정다미 기자] 1급 발암물질 폼알데하이드가 포함된 제품을 서머 프로모션 증정품으로 제공한 스타벅스가 해당 내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성난 고객들의 마음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스타벅스(대표 송호섭)의 이번 시즌 증정품 중 하나인 캐리백의 악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스타벅스 측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고 했으나, 소비자들은 “썩은 오징어 냄새가 난다”고 토로했다.

이어 섬유·가죽 등의 국제공인시험인증 기관인 FITI시험연구원에 재직 중인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의 이용자가 직접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이용자가 해당 제품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졌다.

폼알데하이드(Formaldehyde, CAS No. 50-00-0)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성분으로 새집 증후군을 유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환경부가 유독물질 및 취급제한물질로 지정했다. 폼알데하이드는 눈, 피부, 호흡기 등에 자극을 주며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스타벅스는 지난 22일 국가전문 공인시험 기관에 캐리백 개봉 전 제품 샘플 5종 6개 (블랙, 핑크, 레드, 크림 각 1개, 그린 2개)와 개봉 후 2개월이 경과한 제품 4종 5개(핑크, 레드, 크림 각 1개, 그린 2개)에 대한 시험을 의뢰했다.

그 결과 개봉 전 제품의 외피에서는 284mg/kg~ 585mg/kg(평균 459mg/kg) 내피에서는 29.8mg/kg~724mg/kg(평균 244mg/kg) 정도의 폼알데하이드 수치가 검출됐다. 개봉 후 2개월이 경과한 제품은 외피에서 106mg/kg~559mg/kg(평균 271mg/kg), 내피에서 미검출~ 23.3mg/kg(평균 22mg/kg) 정도의 수치가 각각 검출됐다.

가정용 섬유제품에 대한 폼알데하이드 기준은 내의류 및 중의류의 경우 75mg/kg 이하, 외의류 및 침구류의 경우에는 300mg/kg 이하를 기준으로 한다. 이와 비교했을 때 이번 문제가 된 캐리백에서 검출된 폼알데하이드가 상당히 많은 양임을 알 수 있다.

다만 캐리백의 경우 기타 제품류로 분류돼 유해 물질 안전 요건 대상 제품에 적용되지 않는다. 해당 캐리백에서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지만, 법적으로는 정상적인 가방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스타벅스는 “가방 용도로 캐리백을 사용하는 경우 이상이 없을 것으로 사료되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고객분들이 기대하시는 스타벅스 제품의 품질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았기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스타벅스가 지난 4월부터 문제가 된 캐리백의 성분검사 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이벤트를 강행했다는 논란이 더해졌다. 이에 스타벅스는 “5월말 이취 발생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첨가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제조사로부터 전달받은 시험 성적서 첨부자료에 폼알데하이드가 포함돼 있었으나, 이취 원인에 집중하느라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이 오히려 화가 난 소비자들에게 기름을 붓는 일이 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스타벅스는 해당 캐리백을 수령한 고객에게 동일한 수량으로 새롭게 제작한 굿즈를 제공할 계획이다. 오는 8월 31일까지 캐리백을 스타벅스 매장으로 가지고 오면 지급하는 제조 음료 쿠폰 3장도 계속 운영된다. 여기에 더해 굿즈 수령을 원치 않을 경우 동일한 수량으로 리워드 카드 3만원을 일괄 적립한다. 카드가 등록돼 있지 않는 경우에는 MMS로 3만원권의 키프티 카드를 발송할 예정이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긴 사과와 설명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되는 것을 알면서도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추후 대처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무료 음료 쿠폰을 제공하는 것도 소비자가 직접 해당 가방을 들고 매장을 방문해야 가능하다. 이는 그 과정에서 소비자와 매장 직원이 폼알데하이드에 노출되는 것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방식이다.

또한 문제가 됐던 굿즈를 다시 제작한다고 해도 사용하기 껄끄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리워드 카드가 제공되는 것도 스타벅스를 계속 이용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기지 않는 소비자들이 있다. 휴가 기간에 해당 캐리백에 옷, 수건 등을 넣어 사용했을 경우 온 가족이 발암물질에 노출돼 피해가 더욱 컸을 것이라는 의견에도 많은 소비자들이 공감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미국이면 몇 천억 소송감이다” “국내 철수해야 한다” “친환경 기업으로 광고 하더니” “오늘부터 스벅 불매한다” 등의 의견을 게시했다. 또 스타벅스의 마케팅 문구 ‘좋아하는걸 좋아해’를 이용해 “발암백을 좋아해” “폼알데하이드를 좋아해” 등으로 조롱하기도.

29일 서울YMCA는 “스타벅스는 사실을 은폐하고 증정 이벤트를 강행해, 소비자들이 발암물질 제품을 받도록 한 고의가 있다”며 “이취 원인에 집중하느라 폼알데하이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황당한 변명을 내놓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즉시 전량 회수해 폐기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몇 개가 전달됐는지 명명백백히 밝히고 얼마나 회수됐는지 명확한 수치로 제시해야 한다”며 “현재 방식은 소비자와 스타벅스 매장 직원 모두 폼알데하이드에 노출돼도 아무 상관 없다는 안이한 인식이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스타벅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스타벅스를 떠나지 못하게 붙잡아 두고 계속 이용해야지만 그 피해를 보상해주겠다는 후안무치하고 적반하장인 보상안”이라며 안전한 회수 방안과 스타벅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보상안을 촉구했다.

스타벅스는 “이대 1호점 개점 당시 초심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지난 23년 동안 성장이라는 화려함 속에서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었는지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뒤돌아보고자 한다”며 “한 분의 고객, 한 잔의 음료, 우리의 이웃에 정성을 다한다는 스타벅스의 가치를 다시 한번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3년간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업계를 이끌며 큰 사랑을 받은 만큼 소비자들의 배신감과 불안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 스타벅스가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처 방식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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