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이해관계자의 과실 파악 없이 모두 라이더에게 전가”
요기요 “타사와 비교해 과도하거나 부당하지 않음을 확인”

배달노동자조합 라이더유니온이 27일 요기요 영등포허브에서 ‘요기요의 불합리한 음식값 차감 규탄 기자회견’이 개최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정다미 기자
배달노동자조합 라이더유니온이 27일 요기요 영등포허브에서 ‘요기요의 불합리한 음식값 차감 규탄 기자회견’이 개최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정다미 기자

[정다미 기자] 훼손되거나 오배송된 음식의 값을 두고 배달음식 플랫폼 요기요와 배달노동자조합 라이더유니온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27일 요기요 영등포허브에서 라이더유니온이 주최한 ‘요기요의 불합리한 음식값 차감 규탄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김지수 부위원장, 배재훈 서울지부 사무국장, 김태현 마포지회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몇 가지 이유를 들며 요기요와의 대화를 요청했다. 이들은 요기요가 ‘포장 불량’ ‘음식 누락’ ‘영수증 미부착이나 주문번호 확인 거부’ ‘사고 발생’ ‘주소 기입 실수’ 등으로 음식 훼손과 오배송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사실을 추후에 일방적인 수수료 차감 메시지를 통해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오배송된 음식의 처리까지 라이더에게 배정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2020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 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3개 플랫폼(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들과 배달 노동자간의 불공정 계약 내용을 자율 시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의 자체 실태 조사에 따르면 50건의 음식값 차감 사례 중 ‘매장의 포장 불량으로 인한 음식물 훼손’이 2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음식 오배송’이 17건, ‘기타 사유’가 7건이었다. 1건에 대해서만 ‘난폭운전 또는 음식을 손에서 떨어뜨림’으로 확인됐다.

박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상 배달 노동자인 경우 회사에서 책임을 지거나, 동네 가게에서 일할 경우에도 임금을 삭감하지 않는다”며 “요기요는 공식 앱을 통해 음식 포장 확인도 라이더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누락된 메뉴의 값을 내라는 사례도 있다. 포장된 음식을 다 풀어서 확인한 뒤 다시 포장하고 배달을 해야지 라이더의 책임에서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배 사무국장은 “스스로 인정한 1건 외에도 훼손, 오배송 모두 라이더가 손해를 다 보상했다. 사측은 정확히 정해진 것 없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과실 파악 없이 라이더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했다”며 “불합리하고 납득할 수 없는 모든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하지 말고 합리적인 기준을 새롭게 마련해 불공정한 관행을 멈춰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익명을 요청한 요기요 배달노동자 A 씨는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를 다 타봤다. 포장 불량에 대한 손해를 물기도 처음이다. 제대로 된 규칙이 정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정다미 기자
사진=정다미 기자

김태현 마포지회 사무국장은 “최근 이틀이 지난 음식물의 폐기를 요청하는 어이없는 일이 있었다. 배달 경력 5년차인데 이런 지시는 처음이다”며 자신이 겪은 일화를 전하며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한 분식집 콜을 수락한 뒤 관제에서 전화를 받았다. 수락한 것이 오배송 건이라서 픽업 완료 버튼을 누른 뒤 배송지로 가서 음식을 회수하라고 안내를 받았다. 수거한 음식을 해당 상점에 가져다주고 그 이동 거리에 대한 수수료가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틀이 지났으니 취식하지 말고 자체 처리를 하라고 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 특성상 거절 시 패널티가 있을까봐 처음에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했다. 배차 취소를 요청했으나 이미 픽업 완료를 눌러 어렵다고 답변했다”며 “음식 회수 후 영수증을 빼고 자체 폐기하라고 했다. 이틀이 지난 음식물을 배탈통에 넣는 것이 위생적이지 않다고 하니까 쓰레기 무단투기를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사건은 20여 분의 실랑이를 거친 뒤 배차 취소로 결론이 났다고. 김 사무국장은 “사측의 책임회피를 위해 영수증을 떼라는 것 아니냐. 근무시간 중 잃어버린 시간과 돈, 감정소모는 누가 배상해주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조그만 골목 배달 대행사도 이렇게 운영되지 않는다. 위대한 상상이 아니라 배달 노동자가 상상도 못하는 끔찍한 상상이다. 책임을 떠넘기는 것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강조하며 사측과의 대화를 촉구했다.

요기요 측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요기요 관계자는 “라이더분들의 안전과 함께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며 “라이더분들과의 위탁 계약 시 귀책으로 인한 책임 소재기준에 대해 계약서 상에 명시하고 동의 하에 서비스 위탁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진행된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라이더유니온이 주장하는 점에 대해 내부논의를 거쳤고, 자사는 라이더 안전라이더의 책임 부담에 관한 자사의 정책이 다른 회사들과 비교해 과도하거나 부당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기요는 “앞으로도 당사와 라이더, 레스토랑 파트너 등과의 협력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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