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4조3천억원 들여 2025년 완공할 목표
최태원 회장 “투자 지연” 발언 현실로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3~15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3~15일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열린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정다미 기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해 충북 청주공장 증설을 보류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논의했으나 보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앞서 지난 14일 최태원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투자 계획이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 재료 등이 너무 올라서 투자를 지연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투자 취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집행하려는 부분은 그대로 간다”고 일축했다. 대내외적인 상황에 맞춰 보류하지만 투자를 취소하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다.

당초 SK하이닉스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부지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입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를 증설할 계획이었다. 올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고,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완공할 목표였다.

이번 결정의 이유로는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의 전망도 불투명한 것이 꼽힌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겹치며 스마트폰, PC, TV 등 전자제품 수요가 줄었고 재고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 감소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글로벌 D램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오는 3분기 D램 가격 하락폭을 3~8%로 예상했던 것을 5~10% 수준으로 조정하며 앞으로의 시장 상황도 불투명하다고 봤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중국의 도시봉쇄와 경기둔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유행 등으로 경기침체 공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또 높은 환율로 원화 가치가 하락했고,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등 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도 급등했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통신은 “SK하이닉스가 내년 자본지출을 25%가량 줄여 16조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계획했던 투자를 미루고 있다.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올해 설비 투자액을 400억달러로 낮췄다. 계획보다 약 40억달러 줄어든 것이다. 올 상반기까지 투자액이 167억달러에 그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지난달 말 실적발표를 통해 오는 9월부터 신규 공장 등 설비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줄이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또 다음 분기 매출 전망치를 시장 기대치 보다 약 20%가량 밑도는 72억달러로 발표하며 반도체 시장 둔화를 예고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중장기 투자계획을 다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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