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법무부·행안부·노동부·산업부 담화문 발표
추경호 부총리 “형사처벌·손해배상 책임 피할 수 없어”

(왼쪽부터)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추 부총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사진=뉴시스
(왼쪽부터)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추 부총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사진=뉴시스

[정다미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하청 노조 파업이 47일째를 맞았다. 노조 조합원이 도크(dock)에서 농성을 이어가며 원청 소속 근로자 등이 18~19일 이틀간 휴업을 진행한다. 이 같은 상황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파업 사태의 빠른 해결을 지시했다.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에 관한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앞서 한덕수 총리가 긴급 소집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추 부총리는 “하청노조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며 재물손괴 등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파업을 “일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 행위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동료 근로자 1만8000여명의 피해와 희생을 강요하는 이기적 행동”이라고 규정하며, “철 지난 폭력·불법적 투쟁 방식은 이제 일반 국민은 물론 대다수 동료 근로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 15일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결을 인용해 “사법부도 ‘정당한 쟁위 행위의 범위를 벗어났다’며 이례적으로 불법성을 명시했다”며 “지금까지 국민들께서 노조가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충분히 참고 기다렸다. 이제는 정말 불법행위를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불법점거 사태는 대우조선해양 및 협력업체 대다수 근로자와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한국 조선이 지금껏 쌓아 올린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책임한 행위”라며 “친환경·디지털 등 조선업 패러다임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조선해양 강국의 초격차를 지키기 위해 노사 모두 한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오찬 주례회동에 한 총리에게 이 같은 내용을 보고 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 산업 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은 지난달 2일 협력업체 노조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가 임금 30% 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등을 주장하며 시작됐다. 같은 달 22일에는 하청지회 7명이 1도크 30만톤급 반건조 선박(원유 운반선)을 점거했고, 민주노총은 이달 8일 ‘조선 하청 노동자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힘을 보탰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산업부와 고용부 장관이 나서 파업 중단 촉구 대국민 담화를 진행했다. 당시 노동부 이 장관은 “공권력 투입 논란 없이 당사자가 자율적이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호소하는 것이 오늘 담화문의 취지다”고 말했다.

이에 15일 하청지회 측은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는 23일 휴가 시작 전에 문제해결을 위해 대화와 협상에 나서달라”며 “우리는 작년부터 교섭을 이어왔고 이렇다할 성과가 없자 궁지에 내몰리게 된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하청지회 측은 “지난 2016년 조선사업에서 엄청난 구조조정을 해서 2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고 밀려났고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을 당하는 과정이 있었다.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는데 불법이라고만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사법부는 불법, 합법을 판단하겠지만, 행정부는 왜 파업이 일어났는지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기관이다. 이들의 처우를 나몰라라 하는 것은 정부가 조선산업을 살리겠다는 게 아니라 망치겠다는 이야기와 똑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창원지법 통영지원 민사2부는 대우조선해양 측이 유최안 하청지회 부지회장을 상대로 낸 집회·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노동조합법 시행령상 건조 중인 선박을 점거하는 행위가 불법인 만큼, 재판부는 이들의 점거 농성이 법에서 정한 쟁의 행위에서 벗어났다고 봤다. 법원은 유 부지회장이 퇴거하지 않을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1일당 3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파업 장기화로 인한 피해는 지역경제에 고스란히 전가될 전망이다. 산업부가 지난 15일 기준으로 집계한 파업에 따른 누적 손해액은 5700억원이 달한다. 산업부 이 장관은 “대우조선은 매일 259억원의 매출 손실, 57억원의 고정비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사내 협력업체 총 113곳 중 ㈜진형, 동광기업㈜, 영일산업㈜이 지난달 30일 폐업했고, 수호마린㈜, 용강기업㈜, ㈜삼주가 오는 31일, 혜성기업이 8월 11일 폐업할 예정이라 전했다. 이들은 하청지회의 불법점거로 직·간접적 피해를 받아 폐업을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하청지회 파업을 규탄하며 삭발식을 진행한 바 있다.

노조의 점거로 인해 18, 19일 양일간 야간 근로자 570여 명이 휴업한다. 도크 크레인 장비를 운용하고, 공장에서 블록을 만드는 인원 중 일부가 휴업대상자가 됐다. 이들은 지난 3개월 평균 임금의 70% 수준의 휴업 수당을 받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오는 23일부터 2주간 여름휴가에 들어가는 만큼, 그 전에 협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욱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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