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최저임금 전국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에서 한상진 대변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용학 분회장, 정조영 지부장,  이창근 연구위원, 박희은 부위원장, 이미영 지부장, 우다야 라이 위원장. / 사진=정다미 기자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개최한 ‘최저임금 전국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에서 한상진 대변인이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용학 분회장, 정조영 지부장, 이창근 연구위원, 박희은 부위원장, 이미영 지부장, 우다야 라이 위원장. / 사진=정다미 기자

[정다미 기자]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인 29일을 앞두고, 오는 28일과 29일 양일간 마라톤 전체 회의를 진행한다. 노동계(1만890원)와 경영계(9160원)의 차이가 1730원에 달해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앞두고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최저임금 전국설문조사 결과 발표 및 현장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사회를 맡은 민주노총 한상진 대변인을 비롯해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창근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국립중앙박물관분회 전용학 분회장,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법원지부 정조영 지부장,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인천지부 이미영 지부장, 민주노총 서울본부 이주노조 우다야 라이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박희은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심의 위원회가 6차까지 진행됐다. 사용자 위원들은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에 최저임금 인상이 안 된다고 동결을 주장한다. 정부가 내놓은 경제 정책 방향과 노동시장 개혁은 규제를 풀고, 세금을 깎고, 임금을 유연화해 기업만이 잘 사는 사회다. 노동자의 기본권을 박탈하고 불안정한 삶을 야기한다”며 “중소 영세사업자, 소상공인이 어려운 이유는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다. 최저임금은 최소한 생활 안정을 위해 법으로 정해둔 것이다. 가장 비중 있게 논의돼야 하는 것이 저임금 노동자의 생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저임금 실태 조사를 진행하고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불평등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저임금 노동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지난 6월 7일부터 24일까지 강원도를 제외한 16개 광역자치단체 주요 시내 거점에서 대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가 현장에서 설문에 직접 기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총 1875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이들 중 1766명이 노동자, 109명이 사업주‧자영업자였다.

전체 응답자 중 85.4%(‘부족하다’ 43.4%‧‘매우 부족하다’ 42.0%)가 ‘올해 최저시급이 본인과 가족이 살기에 부족하다’고 답했다. 가구 규모별로 1인 가구가 88.2%로 가장 높았으며 5인 이상 가구(86.4%), 3인 가구(85.9%), 2인 가구(84.7%), 4인 가구(83.5%) 순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생활비가 증가했다는 응답은 70.9%(‘다소 증가했다’ 39.0%‧‘상당히 증가했다’ 31.9%)에 달했다. 특히 2인 가구(73.8%)와 3인 가구(74.3%)가 느끼는 물가 체감이 높았다.

전체 응답자에서 노동자 1766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결정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돼야 할 기준’을 묻자 35.4%가 ‘노동자와 가족의 생계비’라고 답했다. ‘노동자 개인의 생계비’는 14.6%에 그쳤고, 2위는 30.5%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이 차지했다. 지난 5년 동안 일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경영상 어려움을 경험한 응답자(664명)들은 그 이유로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매출액 감소’(57.1%)를 꼽았다. 이어 ‘원자재 값 상승’(17.9%)이 많았고, ‘최저임금 인상’은 6.3%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응답자들이 적정하다고 본 최저임금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33.1%가 뽑은 ‘월 220~240만원(시급 10530~11480원) 미만’이 1위를 차지했다. ‘월 200~220만원(시급 9570~10530원) 미만이 뒤를 이었다. ’월 260만원(시급 12440원)‘은 18.2%, ’월 240~260만원(시급 11480~12440원) 미만‘은 16.0%, ’월 200만원(시급 9570원) 미만‘은 6.9%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를 분석한 이창근 연구위원은 “현재 최저임금의 수준이 가구 생계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월 200만원은 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대단히 높았고,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이 실제 생계비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영상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이 뽑은 이유도 ‘코로나19’와 ‘원자재 값 상승’이 많았지 ‘최저임금’은 6.3% 불과한다. 다른 요인들이 경영자들에게 더 큰 충격을 준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초단시간 및 단시간 노동자의 임금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시간에 따른 임금 수준이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상당히 모자랐다. 월 평균임금 100만원 미만이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노동자는 64.0%, 15~35시간 단시간 노동자는 46.3%로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날 전용학 분회장, 정조영 지부장, 이미영 지부장, 우다야 위원장은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먼저 전 분회장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임금만 더 낮아지는 일방적인 산입범위 확대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직종의 공무직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여러 법이 개정되며 기본급이 깎이고 근로조건이 나빠지고 정원을 줄이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소비자물가가 2008년 이래 15년 만에 연이어 가장 큰 상승폭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5.1% 인상됐으나 기획재정부에서 중앙행정기관부처에 일방적으로 총액인건비 1.4%~2.1% 인상을 편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이 제시한 임금은 동결이거나 마이너스인 셈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부족분에 대한 해결책으로 최저임금자의 산입범위를 확대해 기존 식대 14만원 중 10여만원을 산입하라고 지시했다. 이로 인해 기형적 인상구조가 발생했다. 기획재정부에 묻고 싶다. 최저임금이 5.1% 올랐는데 최저임금 노동자의 인건비를 1.6%만 증액해주면 나머지 3.5%의 부족분은 어떻게 하는가”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어 “수년간 동결 수준의 인상이다. 중앙행정기관에서 지긋지긋한 최저임금에서 벗어나게 해주길 바란다. 사람이 최소한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조영 지부장은 “공무직의 처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업무분장에 맞지 않은 온갖 잡다한 일을 지시하고, 1명이 24시간을 휴게시간 없이 사무실에서 항상 대기해야 하는데 12시간은 휴게시간이라고 무급이다. 공무직의 기본급이 최저시급 9610보다 낮다. 1~2년 시급 8770원, 3~4년차 시급 8950원, 5~7년차 시급 9120원이다. 대법원장의 월 봉급은 공무직 노동자의 7.3배인 1천222만원이다”며 “힘들게 근무하면 처우라도 좋아야 한다. 매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에 식대를 삽입하는 악법을 이용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본급을 지급한다. 국가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하는 직원들에게 해주는 최선인지 모르겠다. 법원 공무직의 처우가 열악해 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출근하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2030 청년 공무직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 실수령액 210만원으로는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법과 정의를 지키는 사법부에서조차 악법을 이용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본급을 지급하면 도대체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는 어디서 찾아 볼 수 있냐”고 말했다.

이에 한상진 대변인은 “공공부문 근로자기 때문에 정부가 사용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되며 꼼수가 판을 쳐 노동자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불법을 합법의 형태로 가장해서 저지르고 있는 실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가 때문에 기업의 임금인상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이 이 월급 받고 생활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재가 방문 요양보호사 이미영 지부장은 최저임금과 함께 고용불안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국가자격증이 있어야지 만이 일을 할 수 있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국가공인 파출부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업무 외적인 일을 하는 것도 다반사고 하루아침에 일자리가 중단되기도 한다. 변심에 의해 출근길에 일자리를 잃은 경험도 있다. 퇴직금은 꿈도 못 꾸고 장기근속수당은 하늘의 별따기다. 휴업수당이나 해고예고수당도 주게 돼 있지만 지키는 센터가 거의 없다. 실업급여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쓰나미처럼 일자리를 잃어 기본적인 생계대책이 시급한데 아무런 도움도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 가장 시급한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은 상한선이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는데 드는 최저생계비다. 고용이 불안한 조건에서는 그 이상의 임금이 지급돼야 마땅하다.재가요양을 하루 종일 해도 월급이 130만원대다. 근로형태가 개선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이 동결된다면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주노동자를 대표해서 나온 우다야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도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지만 받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노동부가 만든 숙식비 징수지침으로 기준미달 숙소를 제공하면서 20~30만원 숙소비를 떼간다. 12시간을 일해도 2~3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잡아서 최저임금도 안 주고 연장근로 수장도 안 준다. 모든 업종의 이주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들은 저임금,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고 있다. 제일 하층의 노동을 하면서 한국에 기여하는 것이 많다.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는 최저임금 수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한다. 여러 명목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게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우다야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임금체불 문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그는 “내국인 체불에 비해 체불 비율이 훨씬 높다. 이주노동자도 같은 사람, 같은 노동자로서 가장 기본적인 임금에 대한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한 대변인은 “임금의 목적은 가족 생활을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최저임금은 우리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는데, 최고선이 돼 노동자들이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며 “(이 자리에서) 임금뿐 아니라 고용 불안, 노동 시간에 대한 얘기도 했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노동자 가구의 생계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사용자는 중소, 영세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노동자를 반대편에 있는 것처럼 갈라치기하고 있다. 사용자가 어려운 문제는 최저임금이 아닌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다. 을들의 연대로 기울어진 사회 시스템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 기한은 오는 29일이다.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 측에 수정 요구안 제출을 요청한 상황이다. 노사가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한다. 노사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 범위 내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지난해에는 공익위원이 촉진 구간을 9030~9300원으로 제안했고 최종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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