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급변하는 노동환경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법‧제도 개선 필요”
노동계 “노동자 권리 보호 방안 정책 내놔야 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정다미 기자] 생산가능 인구 감소하는 고령화와 새로운 고용형태 확산으로 노동시장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에서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발표했고, 노동계는 노동시간 연장만을 위한 정책만을 내놓은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이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 브리핑을 가졌다. 이 장관은 우선 추진과제인 ‘근로시간 제도 및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주 최대 52시간제의 기본 틀 속에서 운영방법과 이행수단을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총량 관리단위 개선,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등이 있다.

이날 이 장관은 “이중구조,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저출생‧고령화 등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급속한 디지털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고용형태과 확산되고, 유례없이 빠른 속도의 인구 고령화로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노동생산성과 성장잠재력 악화가 우려된다”고 현 노동시장을 분석했다. 이 장관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일한 만큼 공정하게 보상받기 위해서는 지금의 노동규범과 관행으로는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노동시장 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 근로시간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래 70년간 유지되고 있다. 이는 주요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일본은 월, 연 단위로 관리하고 미국은 할증률만 규정하고 연장근로 한도가 없다. 영국은 1주 48시간에 노사 합의시 예외를 허용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일정기간 내 주 평균시간 준수 방식을 활용하고 노사의 자율적 시간배분을 존중한다. 이에 노동부는 노사 합의로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합리적인 총량 관리단위 방안을 검토한다.

또 실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자 휴식권 강화를 위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방안을 마련한다. 적립 근로시간의 상‧하한과 적립 및 사용방법, 정산 기간 등 주요 쟁점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설계할 방침이다.

현재 연구개발 분야에만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이 3개월로 인정되고, 다른 분야는 1개월에 그친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근로자 편의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본래 취지에 맞게 적정 정산기간 확대 등 활성화 방안 마련에 나선다. 여기에 스타트업, 전문직 등도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검토해 합리적인 근로시간 운영이 이뤄지도록 검토를 진행한다.

또한 임금체계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개편할 준비에 돌입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00인 사업체 중 호봉급의 운영 비중이 55.5%다. 1000인 이상의 사업장의 경우 호봉급 운영 비중이 70.3%로 늘어난다. 이를 통해 연공성이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노동부는 연공성 임금체계는 장기근속 유도에는 적합하나 저성장 시대,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이에 정부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고 청년, 여성, 고령자 등 모든 국민이 상생할 수 있는 임금체계 개편 및 확산방안을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개별 기업에 대한 임금체계 개편 컨설팅을 확대하고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확산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노동시장 개혁’ 내용을 완수하기 위해 노동부는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정책대안을 모색하고자 관련 분야 전문가로 마련된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오는 7월 중 구성하고 운영할 방침이다. 실태조사와 국민 의견 수렴을 통해 구체적인 입법과제와 정책과제를 마련해 노동시장 개혁을 진행할 것을 다짐했다.

이 같은 내용에 경영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규제 개혁에 찬성하며, 노동 개혁이 경제 발전을 위한 발판이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통령과 기획재정부 장관의 앵무새를 자임하고 나서는가?’라는 논평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통령의 관심사인 시대착오적 장시간노동방안과 사용자의 일방적 임금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만을 내놓은 것에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한다.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는 맹탕 발표다. 이번 발표는 노동담당 부처 장관으로서 소신과 전문성은 찾아볼 수 없고 지난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제출된 내용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장관 스스로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이 작년 기준 1,928시간으로 OECD평균 1500시간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정책은 전혀 없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스타트업·전문직의 노동시간 규제 예외적용 등 초과노동시간에 대한 편법적인 노동시간 연장을 위한 정책만을 내놨다”며 “임금정책 또한 우리나라가 연공급 임금체계로 장기근속노동자의 임금이 과도하게 높다며 이를 낮춰야 하고 불가피한 정년연장과 연계해 임금피크제도입을 확대하겠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고용노동부 장관이라면 물가폭등 시기에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할 임금인상과 복지확대, 노동시장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비정규직 대책, 산업환경의 변화로 플랫폼노동의 확산에 따른 노동자 권리 보호 방안 등의 문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내놔야 했다”며 “고용노동부와 장관은 대통령과 정부의 입안의 사탕처럼 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ILO협약 비준의 정신에 맞게 5인 미만 사업장·단시간노동자의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 복수노조를 이용한 부당노동행위 엄벌과 교섭권 보장, 교사·공무원의 노동기본권·정치기본권 보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보장과 비정규직제도철폐 등 노동정책의 일대 전환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미 파산한 신자유주의이념으로 자본가의 이익을 절대시하고 노동자를 적대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저항으로 파산의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밝혀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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