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속에서 얼굴 모습이 똑같은 두 색시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진짜 며느리 가리기위해 높이뛰기로 겨루자
뛰어넘자 낫으로 치자 누런 암여우로 변해

 

왜관읍(倭館邑) 석전(石田)4리를 ‘여우골’이라는 마을에 사냥을 좋아하는 김진사가 살고 있었다.  김진사는  부부간에 금실은 좋았으나 늦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었다.

어느날 진사는 사냥을 마치고 고개를 넘어 돌아오는 길에 닭 한 마리를 물고 달아나는 여우를 보았다. 

이날따라 별 수확이 없던 진사는, 재빠르게 시위를 당겼다. 화살은 도망가는 여우를 명중시켜 그 자리에 쓰러뜨렸다. 그날 이후, 여우에 관한 일은 잊어버렸다. 

얼마후 진사의 부인에게 태기가 있어, 김진사는 기쁜 마음으로 계속 사냥을 다녔으며, 드디어 그렇게 바라던 옥동자를 낳았다.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났으나, 다섯 살이 되면서 부터 이상한 버릇이 들어 들에 나가 개구리나 뱀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놀란 진사는 보는대로 꾸짖었지만 고쳐지지 않고, 결국은 동네 사람들까지도 알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과 괴상한 버릇을 고치기 위해, 약도 쓰고 굿까지 하며 온갖 비방을 다썼으나 효력이 없었다. 

그러나 열다섯살부터는 그런 버릇이 줄기 시작하여 20살이 되자, 기이하게도 그 버릇이 씻은 듯 사라지고, 아들은 늠름한 청년이 되었다. 

진사 내외는 떳떳이 아들을 장가 보내게 되었음을 기뻐하며, 사방으로 중매를 놓아 적당한 혼처가 생기자 혼례를 올리고, 드디어 신행(우귀)을 하게 되었다.

외동며느리를 보는 진사집에는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과 구경꾼들이 모여 들었다.

그런데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도착한 가마에서는, 얼굴 모습도 똑같은 색시가 두사람이나 나오는 것이 아닌가! 진사 내외는 물론, 모여있던 모두가 놀랐다. 

마침 이때 한 스님이 지나다가, 소문을 듣고 찾아와 두 색시를 살펴보고는, 진사에게 귓속말로 비방을 일러주고 갔다.

진사는 장대 세 개를 가져오게 하여, 바깥 마당에다 두 개의 지주를 세운 후, 거기에 하나를 높이 걸쳐 놓고는, “이 장대를 뛰어넘는 색시가, 진짜 내 며느리다.”하고 두 색시에게 말하였다.

행례도 올리기 전에 색시끼리 높이뛰기를 겨루라고 하자, 한 색시는 빨개진 낯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머뭇거리기만 하는데, 다른 한 색시는 주저없이 높은 장대 위를 훌쩍훌쩍 뛰어 넘어, 구경꾼들은 신기한 듯 환성을 질렀다.

바로 그때, 진사는 감추어 있던 낫으로, 장대를 뛰어넘는 처녀의 가슴을 내리쳤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색시는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차츰 누런 암여우로 변해갔다.

20년전 닭을 물고 가다 죽은 여우의 앙갚음을, 스님의 슬기로 모면한 김진사는 그 후에도 잘 살았으나, 그때부터 비만 오면, 마을 뒷산에서 여우들이 울어대 이 마을을 ‘여우골’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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