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라이더유니온의 배달의민족 고발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지부 배재훈 사무국장(가운데)이 배민에서 사용 중인 실거리 요금제의 오류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정다미 기자
14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라이더유니온의 배달의민족 고발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지부 배재훈 사무국장(가운데)이 배민에서 사용 중인 실거리 요금제의 오류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정다미 기자

[정다미 기자] 국내 최초의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이 배달의민족(배민)의 자체 프로그램의 오류를 지적하고, 정부가 나서 이를 검증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4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라이더유니온의 배달의민족 고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라이언유니온 박정훈 위원장, 서울지부 배재훈 사무국장, 경기지부 구교현 사무국장,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활동가‧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등이 참석했다.

라이더유니온이 요구하는 것은 크게 네 지다. 배민의 오류 인정과 제대로 된 실거리요금제 도입, 안전배달료 도입, 알고리즘 협상권 보장, 알고리즘 검증위원회 구성 등이다.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노동자입장에서는 산정 방식과 기준, 배차 방식이 기본적인 노동조건이다. 미리 공지되고 마음대로 바뀌면 안 되지만, 배민은 개발업체이기 때문에 오류가 있으면 업데이트하면 된다고 한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피해와 손해는 라이더가 지고 있다”며 “알고리즘은 기업 비밀이라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노동조건인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협상권이 보장돼야 한다. 알고리즘을 취업규칙으로 해석하고 고용노동부와 노조가 함께 검증해야 한다. 노동부가 나서서 알고리즘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또 국회에 안전운임제를 촉구한다. 법안이 발의됐으나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최소한의 배달 원가를 확보할 수 있도록 화물연대에서 주장하는 안전운임제처럼 안전배달료가 필요하다. 또한 제대로 된 실거리 요금제를 도입하고 잘못된 배달료에 대해서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민은 올해 1월 우아한청년들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가 2022년 임금협약안에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라이더에게 배달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민에서 지난 4월 21일부터 도입된 ‘실거리 요금제’가 실제 도로교통법을 준수한 실제 거리와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부 배재훈 사무국장은 “네이게이션 실거리라는 개념이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고 합의 없이 도장을 찍었다. 거리 할증 체계에 사측에 많은 양보를 해줬다. 배민 측에서는 도로정보에 기반한 것이라는 불명확한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라이더를 배제하고 진행한 단체 협상은 완전히 실패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노사 양측이 합의한 최적화 경로 거리 계산 알고리즘을 기반해 거리를 측정해야 한다. 정부에 알고리즘 검증위원회를 신설해 다양한 요인을 분석하고 이를 노동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지부 구교현 사무국장은 “직선거리가 실거리로 변경되며 합리적으로 조정될 것을 기대했으나 실제 사례를 통해 실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기본료는 삭감되고 거리 측정은 실거리가 아니었다. 배민이 라이더를 기만한 것으로 보고 고발을 진행할 것이다. 사측과 얘기를 하고 싶지만, 교섭 대표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만 대화해서 기자회견을 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배달료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배달 플랫폼에서는 실시간 배달료를 내세운다. 배달료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초마다 바뀌고 동네마다 바뀐다. 최소한 구 정도는 같아야 하는데 시시각각 변하는 체제다. 상점에서 걷는 배달 수수료는 고정이라 배달료를 둘러싼 오해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알고리즘으로 정한다고 얘기하지만 어떻게 결정하는지 모른다. 로그인한 라이더 숫자, 배달량, 날씨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히 알 수 없다.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측정하는데 기준을 알 수 없고 계속 업데이트 중이라고 애기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라이더유니온에서 100건의 배달을 분석한 결과 100m 미만의 거리 오차값은 28건에 그쳤다. 평균적으로 350m가 차이가 났고, 많게는 1.9km까지 그 차이가 벌어졌다. 해당 데이터는 올해 5, 6월에 수집된 것으로 총 4명의 라이더가 마포, 서대문, 중구, 관악, 영등포 등지에서 수집한 것이다.

배 사무국장은 “거리할증은 ‘네비게이션 실거리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협상 합의서에 기재돼 있다. 4월 21일 시행을 앞두고 전한 공지사항에서는 워딩이 ‘도로정보에 기반한 예상 이동 거리’라고 살짝 달라졌다”며 “네이버, 카카오 등 상용 네비게이션이 제공하는 실거리가 합리적인 실거리다. 하지만 배민 측에서 교통정보를 반영할 경우 시간대별로 이동 경로와 속도가 다르다는 문제를 들어 교통정보를 제외한 도로정보를 기반으로한 자체 프로그램을 사용해 배달료를 산정한다. 이를 통해 일률적인 배달료 산정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교통정보를 반영하지 않아 도로교통법을 준수한 라이더의 배달요금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로교통법규가 반영된 상용 네비게이션의 거리 값을 실거리 기준이라 봤을 때 배민의 정확성은 28%다. 오차가 없는 경우는 경로가 대체로 직선이나 격자형인 경우, 유턴 없이 단순히 장애물을 비켜 가는 경우, 일방통행으로 인한 우회로를 거치지 않는 경우다”며 “좌회전, 일방통행, 유턴 등 교통법규를 준수하면서 오토바이로 장거리 배달해야 하는 라이더들은 기본 배달료에서 많게는 1000~2000원 덜 받는 경우가 생긴다”고 봤다.

이날 간담회에서 배민 3년차 라이더는 실제 근무 사례의 영상을 통해 배민의 실거리와 실제 운전하는 라이더의 이동경로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라이더는 “택시 기본요금이 오르락내리락한다면, 소비자도 택시 기사도 이해가 안 될 것이다. 실제 거리가 잘못돼 있어서 불법 유턴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매일 겪는다. 시간, 거리 수정 요청을 할 수 있는 업무 체계가 신설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활동가‧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해외 사례를 들어 라이더보호법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 연구실장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모르고리즘’이다. 소스 코드, 프로그램 파일 공유해달라는 것 아니다. 영업 기밀이나 핵심 기술이 노출되는 것이 아니다. 배민이 라이더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것이 드러날 것이 두려운 것이다. 알고리즘을 돈 벌기 편하게 설정하는 것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규칙에 영향을 주는 알고리즘은 협상의 대상으로 삼게 해야 한다. 주무 부처인 노동부에서 손을 대야 한다. 검증에는 알고리즘, AI 전문가가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 검증사 직업군을 만들고 인재풀을 양성하는 것이 좋다”며 “유럽연합은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일감 배정, 가격 경정, 등급 계정, 평점 알고리즘에 대한 입법 지침이 발표됐다. 스페인의 라이더법에는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AI의 매개변수 정보 등에 관한 것을 노동조합에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우리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라이더유니온은 기자간담회 종료 직후 마포경찰서로 이동해, 사기 혐의로 배달의민족을 고소할 계획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