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전국경제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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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미 기자]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이 동결되거나 인하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및 근로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지나며 일상 회복 분위기에 외식 수요와 여가·문화 생활이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기대와 달리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인 53.2%가 올해 경영 실적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수준만큼 회복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비슷하다’는 응답이 29.4%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이어 ‘조금 악화’(28.0%), ‘매우 악화’(25.2%), ‘조금 개선’(16.6%), ‘매우 개선’(0.8%) 순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들의 51.8%가 최저임금이 부담되고 있다고 답했다. ‘부담 많음’이 32.6%로 가장 많았고, ‘매우 부담 많음’도 19.2%로 나타났다. ‘보통’은 33.4%로 조사됐다. 반면 최저임금 부담이 없다고 응답한 자영업자는 14.8%(‘전혀 부담 없음’ 5.2%, ‘부담 없음’ 9.6%)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직원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할 것이냐고 묻자 42.6%에 달하는 응답자가 ‘현재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고려 안함’이 14.8%로 뒤를 이었다. 이어 ‘10~15% 미만’이 12.8%, ‘1~5% 미만 인상 시’와 ‘5~10% 미만 인상 시’가 각각 11.2%로 뒤를 이었다.

특히 최저임금과 함께 가격 인상을 고려하는 자영업자가 많아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5~10% 미만’일 경우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대답이 23.4%로 가장 많았다. 이어 19.8%는 ‘1~5% 미만’에도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18.6%는 ‘현재 가격인상 예정’이라 답했다. 최저임금이 올라도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자영업자의 응답은 17.6%에 그쳤다. 특히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더욱 가격인상 압박이 두드러졌다. ‘현재 가격 인상 예정’이라는 답변이 25.9%로 가장 많았다. ‘1~5% 미만’도 25.9%로 조사됐다.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하겠냐는 질문에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는 답변이 24.0%에 이르렀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업’이 40.0%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숙박·음식점업’(28.4%), ‘제조’(24.1%), ‘도소매’(23.9%) 등이 많았다.

그래프=전국경제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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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자영업자들은 경영에 영향을 주는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 자신들의 의견이 잘 반영된다고 봤을까.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되냐는 질문에 69.2%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반영 안 됨’이 38.4%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그 뒤를 이어 ‘전혀 반영 안 됨’이 30.8%를 차지했다. ‘반영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6.4%(‘많이 반영됨’ 2.0%, ‘반영됨’ 4.4%)에 그쳤다.

내년 최저임금 적정 수준을 묻자, ‘동결’이 42.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인하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13.4%로 집계됐다. ‘1~5% 미만’은 25.8%, ‘5~10% 미만’은 13.8%로 조사됐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 나홀로 사장의 57.1%도 동결 또는 인하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가장 고려되어야 할 중요한 요인으로는 ‘기업지불능력’(29.6%), ‘경제성장률’(19.6%), ‘고용상황’(16.6%), ‘노동생산성’(14.8%), ‘일반 근로자 임금상승률’(10.0%), ‘근로자 생활 수준’(8.0%) 등의 의견이 나왔다.

현행 최저임금 제도와 관련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될 과제로는 ‘업종별·지역별 등 차등적용’이 24.8%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자제’가 23.2%, ‘최저임금 결정 기준 보완’이 19.8%로 조사됐다. 또 ‘영세중소기업 최저임금 상승분 지원 환대’(15.6%), ‘최저임금 산정기준 현실화’(10.4%),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4.4%), ‘최저임금 위반 시 처벌 완화’(1.8%) 등의 순이다.

최저임금을 제외하고 자영업자의 기타 경영 부담 요인을 묻자 52.0%가 ‘원재료 값 등 물가상승’을 꼽았다. 연초부터 식자재 가격 급등, 인건비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세가 이어져 영세 자영업자들의 대응이 쉽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자영업자 하루 평균 근로시간 9.3시간, 월평균 휴무일 3.8일로 조사됐다. 하루도 쉬지 못하는 사장도 21.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숙박·음식점의 경우 근로시간이 10.2시간, 휴무일은 2.8일 수준으로 근로환경이 더욱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도 근로시간 9.5시간, 휴뮤일 3.7일로 평균을 웃돌았다.

전경련 추광호 경제본부장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고, 최근 5년간은 최저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6배 2016~2021년 소비자물가지수 연평균 1.4% 증가, 동기간 최저임금 연평균 7.7% 증가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인상되어 자영업자들에게 큰 부담이 돼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 지금과 같이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물가상승을 더욱 악화시키고, 영세 자영업자는 한계로 내몰릴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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