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건축허가 이후 22년 경과 ‘부산시민 희망고문’
주력 사업 유통에서 화학으로 변화
경영권 다툼으로 지역경제는 관심 밖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 부산롯데타워(가칭) 변경계획 조감도. / 사진=부산시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 부산롯데타워(가칭) 변경계획 조감도. / 사진=부산시

[코리아데일리 정다미 기자] 롯데와 부산시가 부산롯데타워 건립을 위해 다시 손을 잡았다. 기존 계획하던 2026년에서 1년 줄인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산롯데타워는 옛 부산시청 터에 랜드마크로 건립될 예정이다. 롯데는 2000년 107층(428m)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뒤 함께 건축허가를 받은 백화점(2009년 12월), 아쿠아몰(2010년 7월), 엔터테인먼트(2014년 8월) 등을 먼저 시공했다. 해당 상업 시설들은 2009년부터 부정기적인 임시사용 승인을 받아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롯데타워는 1998년 3월 도시계획사업실시계획인가, 2000년 1월 건축허가 이후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2019년에는 전망대·공중수목원을 갖춘 56층(300m) 규모로 축소됐고, 2020년 9월 부산시 경관위원회가 재심의를 의결하자 전체 디자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어 2021년 12월 추진 계획을 다시 제출했고, 실무협의가 진행됐다. 당시 롯데 측은 2022년 4월 공사를 재개하고 건축디자인 후 행정절차를 이행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부산시는 올해 1월 롯데가 대시민 약속을 연거푸 파기하고 사업추진 의지가 결여됐다는 것을 이유로 들어 임시사용 승인기간(2022년 5월 31일) 이후 연장 승인을 불허하겠다고 강력하게 나왔다. 부산시는 최초 건축허가 이후 22년이 경과됐고, 임시사용 기간은 12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의 입장발표 이후 몇 차례의 공사재개 관련 실무협의가 진행됐으나, 부산시 경관위원회는 심의를 유보했다. 롯데쇼핑 측은 롯데타워의 높이를 320m로 유지하면서 파도 모양으로 디자인을 전면 수정하고 경관심의를 다시 신청했다. 해당 내용은 지난 5월 26일 조건부 통과됐으나, 임시사용 기간은 연장되지 않았고 지난 1일 롯데백화점 광복점은 임시 휴점했다.

이어 2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송용덕 롯데지주 공동대표 겸 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는 부산시청에서 직접 만나 업무협약을 진행했다. 롯데 측은 골조공사를 재개하고 오는 2025년까지 건립해 부산시의 랜드마크로 만드는 것에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또 부산의 상징성을 담을 수 있도록 시민공모로 부산롯데타워의 정식 명칭을 정한다. 여기에 더해 완공 후에도 지역업체를 우선순위로 둬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그룹 네트워크를 이용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업무협약서에 담겼다.

부산시는 롯데 측 최고 경영진의 사업추진 의지가 확인됨에 따라 상업 시설들의 임시사용 승인을 연장해줬다. 승인 연장 배경에는 입점자들을 고려한 것도 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에는 800여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고 직원은 3000여명에 달한다.

다만 부산시는 임시사용이 통상 1~2년 승인·연장되는 것과 달리 4개월 뒤인 오는 9월 30일까지로 제한을 뒀다. 롯데 측이 부산시와 부산시민에게 한 약속을 조속히 실행하는지 등을 다시 한번 확인하겠다는 심산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롯데타워 건립이 여러 가지 이유로 20여 년간 추진되지 않아 시민이 안타까워했고,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며 “롯데가 부산롯데타워 건립 의지를 분명히 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산롯데타워(가칭) 건출물 배치도 / 사진=부산시
부산롯데타워(가칭) 건출물 배치도 / 사진=부산시

최초 건축허가 이후 22년이 지난 가운데 오는 2025년에는 부산롯데타워가 무사히 완공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존 계획에서 높이는 108m(40층), 지상연면적은 169,518㎡(228,131㎡→58,613㎡) 줄었다. 관계자들은 유통 중심에서 벗어난 롯데의 사업 구조,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 다툼과 장남 신유열 상무로의 경영 승계 등을 이유로 꼽으며 우려를 표했다. 2일 진행된 업무협약도 법적인 강제성이 없다.

롯데의 주력 사업은 몇 년 전만 해도 유통이었다. 하지만 최근 화학 사업이 커지며 주력 사업이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 매출 중 화학사업군이 33%의 비중을 차지했다. 유통사업군의 비중은 27.5%로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그룹 내 매출 비중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유통사업은 2017년 41%로 비중이 컸으나 지난해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졌고, 화학사업은 상승세를 탔다.

그룹 화학의 핵심인 롯데케미칼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해 매출액 17조8052억원, 영업이익 1조535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45.7%, 영업이익 330.3% 증가한 수치로, 앞으로도 그룹 내에서 화학사업의 비중이 더 커질 것을 시사한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수소, 전기차용 배터리, 바이오플라스틱 등 3대 분야를 성장시켜 연 매출 50조원의 종합화학기업으로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롯데정밀화학도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202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23.1% 증가한 것으로 올해 1분기에 이어 창사 최대 실적을 다시 한번 경신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롯데는 바이오와 헬스케어를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지난해 하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앞으로 미래를 이끌어갈 신사업 투자는 과감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양적으로 의미 있는 사업보다는 고부가 가치 사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히며 미래먹거리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롯데는 롯데지주 산하에 자회사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신설하고, 미국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인수하는 등 본격적으로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다. 향후 10년간 약 2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지난 3월에는 롯데헬스케어를 설립하고 향후 이를 메디컬 영역으로 확장할 것을 예고했다.

또 경영권 관련 문제에 신경 쓰느라 지역 경제를 나몰라라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가의 장남인 신동주 SDJ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여왔다. 신동주 회장은 2015년 롯데홀딩스에서 해임된 이후 매년 6월 주총에 앞서 경영 복귀 안건을 제기한 바 있다.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자회사 롯데 서비스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패소한 것의 영향으로 올해는 아직 안건이 제기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경영 복귀에 대한 마음을 접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의 판단이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달 신동빈 회장을 저격하는 글을 일본 웹사이트 ‘롯데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에 게시했다. 그는 “한국 롯데그룹이 실적 부진이 계속되는데 많은 보수를 받는다. 자기에게 유리한 경영의 종지부를 찍고 진정 롯데, 고객, 관계자를 위한 경영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가 본격적인 경영 수입을 시작했다. 신유열 상무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와 일본 롯데홀딩스 부장으로 입사한 뒤 지난달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 상무로 임원 승진했다. 신유열 상무가 나서 롯데의 미래먹거리에 주력할 것이라는 예측이지만, 아직 국적 문제가 남아있고, 그룹 지분이 전무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경영권에 관한 이슈가 지속되며 지역경제에 대한 관심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 조사에 따르면 부산 내에 롯데 계열 유통업체는 171개소(백화점 7개소·대형마트 33개소 등)에 달한다. 그러나 지역업체 입점 비율은 3~6%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롯데타운 건설의 핵심인 부산의 랜드마크가 될 롯데타워는 방치하고 상업시설만 임시사용 승인을 받아 10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수익을 남기고 롯데타워는 20년 동안 방치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했다. 이는 롯데가 철저히 부산시민을 기만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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