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문학회장 고현자
대산문학회장 고현자

[고현자 대산문학회장] 세계 2위 밀 생산국 인도가 밀 수출을 전격 금지했다. 그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밀 선물가는 한때 5.9% 급등해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인도가 세계 밀 수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4%)은 작지만 세계적 식량 위기를 초래할 만하다. 가뜩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는 데다 기후변화 등으로 국제 곡물 가격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급기야는 식량과 자원의 무기화가 시작되는가 싶어 불안하기만 하다. 국제 곡물가 상승은 각종 가공품·사료 가격과 밥상 물가를 자극해 경제난을 가중시키는 첫 번째 요소다. 그동안 국제기구들이 잇달아 식량 위기를 경고했다. 하지만 자국 식량 보호를 이유로 인도가 밀 수출 금지를 결정했다.

여기에 팜유 수출 금지까지 더해 더욱 당혹스럽다. 우리나라는 밀가루와 식용유 품귀현상까지 불렀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관련 수출 제한 등에 나선 국가만 30여 개국에 이른다. 식량 무기화의 급속한 현실화로 수입국들은 심각한 ‘식량 안보’ 위기를 맞았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은 20%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세계 7대 곡물수입국에 포함됐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45.8%, 곡물 자급률은 20.2%에 불과하다. 쌀은 92%에 이르지만 밀 0.5% 등 주요 곡물은 한 자릿수다. 세계식량안보지수 평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역대 정부는 식량자급률 향상을 강조는 했지만 실제 자급률은 높이지 못했다. 새 정부는 2027년까지 밀과 콩 자급률을 각각 7%, 37%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직접 농사짓는 농부들이 약속해야 한다. 정부는 먼저 중장기적으로는 수매 정책지원 강화와 주요 식량 작물 별도 직불제 등을 통해 자급률이 낮은 주요 곡물의 국내 생산기반을 다져주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곡물 재배와 생산의 수지타산을 맞춰줘야 한다. 학교급식에는 밀이나 콩 등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하고 비축물량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쌀가루 등 밀가루 대체물 확보 및 해외 농업개발로 안정적 공급망 확보도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은 공산품 중심의 수출주도형 경제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농업의 가치를 등한히 했다. 이제는 식량 안보가 강화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식량자급률 확대에 나서야 한다. ‘농자지천하대본’이라는 말은 농경을 기반으로 살아온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말이었다. 농사야말로 모든 산업의 1차 기반이 된다는 사실이 뼈아픈 진리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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