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언 편집인
김광언 편집인

한국전력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8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내며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를 넘어섰다. 증권사의 예상보다 더 처참한 규모의 손실이기에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적자의 가장 큰 이유로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연료비와 전력 구입비가 급증했으나 정부의 반대로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탓이다. 업계는 이대로라면 전망치를 훨씬 넘는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고 우려하고 있다.

전기요금 원가주의 확립

사실 한전은 전기요금 현실화가 절실하다. 현재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더 커지는 구조에다 연료비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인상 조정이 없는 한 한전의 연간 적자 규모는 올해 수 십 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17억4723억원이다. 금융계에서는 한전이 올해 30조3003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도 내놓았다. 연간 적자 규모가 시장의 전망치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전의 대규모 부실은 맨 먼저 전기요금 인상으로 메꿀 승산이 크다. 벌써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전기요금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하겠다고 밝혀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놨다. 원가주의 요금 원칙이란 전기 생산에 필요한 연료비 변동분을 요금에 반영하는 원칙으로, 단계적으로 요금 인상은 필수일 것으로 보인다.

한전 측은 고강도 자구책 단행에 나섰다. 한전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발전, 중부발전, 서부발전, 동서발전, 남부발전,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DN 등 11개의 계열사가 있다. 이들은 긴축경영을 통해 2조6000억원, 해외사업구조조정 1조9000억원, 부동산 매각 7000억원, 출자지분 매각 8000억원 등 약 6조원 이상의 재무개선을 목표로 설정했다.

먼저 연료비 절감을 위해 발전사의 유연탄 공동구매를 확대하고 구매 국가를 다변화해 연료 구입 단가를 절감하기로 했다. 또 장기 계약 선박의 이용을 확대하고, 발전사 간 물량교환 등으로 수송, 체선료 등 부대비용을 줄이기로 했다.

보유 중인 출자지분 가운데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지분 외에 모든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한전 기술 지분 일부(4000억원, 14.77%)를 매각하고, 한국전기차충전 지분 등은 즉시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전KDN 등 비상장 자회사 지분은 정부와 협의해 상장 후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타 발전자회사가 지분을 출자한 국내 특수목적법인(SPC) 등에 대해서는 경영 진단을 통해 효율화나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부동산의 경우,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매각한다'는 원칙 하에 7000억원 상당의 자산 매각을 조기에 착수하기로 했다. 의정부 변전소 부지 등 한전 보유 부동산 15개소(3000억원), 그룹사 보유 부동산 10개소(1000억원) 등은 즉시 매각을 추진하고, 나머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부동산 3000억원의 추가 매각도 이뤄질 예정이다. 해외 자산의 경우, 필리핀 세부 화력발전소와 미국 볼더3 태양광 발전단지 등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고, 기타 해외 석탄발전소도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자산 합리화 차원에서 일부 가스 발전 사업의 매각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적·제도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이 밖에 하동화력발전소 1~6호기 보강사업 등 투자사업을 뒤로 미루고, 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 축소, 발전소 예방정비 공기 단축 등을 통해 1조4000억원을 절약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전력그룹사는 흑자달성 등 재무상황 정상화까지 정원을 동결하고, 조직·인력 운영 효율화, 최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그룹사 간 유사·중복 업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통합운영으로 비효율을 없애기로 하면서 경영혁신도 추진한다.

한전이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방만한 확장과 경영 부분에 간과한 점이 많았을 것이다. 대기업이든 소규모 사업체든 경영 중간중간 치밀한 점검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한번 터진 둑을 막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한전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통해 그간 해결하지 못했던 구조적·제도적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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