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6월10일에서 12월1일로 미뤄
환경부 “중소상공인 회복 시간 필요”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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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데일리 정다미 기자] 일회용 컵에 300원의 보증금을 추가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오는 12월로 시행이 연기된다.

환경부(장관 한화진)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 소상공인 단체와 간담회를 가진 뒤 추가 논의를 통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오는 12월 1일까지 유예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순환경제 및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준비해 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예기간 동안, 중소상공인 및 영세 프랜차이즈의 제도 이행을 지원하는 한편, 제도 이행에 따르는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행정적·경제적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카페에서 일회용 컵(종이·플라스틱)을 받을 때 보증금 300원을 미리 결제한 후 컵을 반환하면 이를 돌려받는 제도다. 재활용이 가능한 일회용 컵이 회수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마련됐다. 당시 환경부는 제도가 안착하면 일회용 컵을 재활용하지 않고 소각했을 때와 비교해 온실가스를 66% 이상 줄이고, 연간 445억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디야,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판매점, 던킨도너츠,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제과·제빵점, 롯데리아, 맘스터치,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 배스킨라빈스, 설빙 등 아이스크림·빙수 판매점, 공차, 스무디킹, 쥬씨 등 기타 음료 판매점 등 79개 사업자, 105개 브랜드 매장 3만8천여 곳이 참여 대상이며, 컵 반환은 구매처가 아니어도 적용 대상이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소비자가 일회용 컵 반환을 요구했는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2020년 6월 자원재활용법 개정으로 도입돼 2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쳐 오는 6월10일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의 불만이 쏟아지며 시행이 6개월 미뤄졌다. 제도가 자리 잡기까지 초기 비용이 부담되고 구매와 수거의 형평성이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증금 중복지급을 막기 위해 개별 컵에 바코드 스티커를 붙이게 되는데, 점주들이 스티커 한 장당 311원이나 317원(라벨비 6.99원, 컵 처리비 표준용기 4원·비표준용기 10원)을 쓰게 된다. 스티커는 1000개짜리 롤 단위로 구매할 수 있고, 6롤 미만의 경우 별도의 배송비가 추가된다. 또 300원을 미리 결제하는 만큼 해당 부분에 대한 카드 수수료도 점주의 몫이 된다.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 동전과 계좌 이체 중에 선택할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자원순환보증금 애플리케이션이 별도로 필요하다. 소비자가 보여주는 앱의 개인 바코드를 인식해 반환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인력을 사용할 경우 부가 업무에 대한 비중이 커지고, 소비자가 독자적으로 반환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려면 태블릿PC 등의 장치가 필요해 이를 마련하는 비용도 부담될 수 있다. 특히 키오스크나 QR 인증 등을 통해 이미 겪고 있는 디지털 격차를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도 뒤따른다.

또 구매한 곳이 아니어도 반환할 수 있어서 자칫 수거가 몰릴 수 있으며, 처리 업체가 수거하기까지 매장에서 컵을 보관하는 문제도 있다. 위생상의 문제로 컵을 세척 후 보관해야 하는 데 소비자가 이를 하지 않을 경우 직원들의 일이 더해진다. 환경부가 표준계약서를 통해 수거 주기를 정해 매장에 컵이 오래 보관되지 않도록 했으나, 처리 업체에서는 일정 수량 이상을 기준으로 해 회수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도 최근 카페 브랜드가 잇따라 커피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보증금 300원까지 더해지는 것에 관해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보증금이 더해지면 커피빈 5300원, 탐앤탐스 5200원, 풀바셋 5000원 등이다. 커피 한 잔을 사 먹는 데 5000원 이상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환경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가맹점주, 프랜차이즈 본사, 소비자가 모두 친환경 정책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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