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산업계 거대 노조인 현대차·기아차 노조의 올해 요구는 기본급 인상과 신규인력 충원, 정년연장이다. 벌써 다소 무리한 요구라는 의견에 판단 노사 간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강성으로 명성이 자자한 이들 노조 단체가 자칫 파업이라도 하게 되면 안 그래도 출고가 늦어 원성을 듣는 마당에 신차 출고가 늦어지면 사 측으로서는 막대한 손실이기에 섣부른 대응이 어렵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1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협상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기아 노사도 조만간 임금협상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 노조는 올해 임단협과 관련해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호봉제도 개선 및 이중임금제 폐지, 신규인원 충원 및 정년연장, 고용안정, 해고자 원직 복직 및 손배 가압류 철회 등 5대 핵심요구안을 정하고 공동 투쟁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 수준은 작년 기본급 2배 이상이라 고용안정 면에서 '무리수'라는 의견이 높다. 요구하는 기본급 인상안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공동요구안인 기본급 14만 2300원 보다 높고 지난해 현대차 기본급 인상액 7만5000원의 두 배를 넘어선 금액이다.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현대차 직원 6만6000명, 기아 3만4600명을 적용하면 연간 1308억원, 686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여기에다 고용보장을 하면서 신규인력도 충원하고 정년연장까지 해달라는 요구를 사측에서 받아들일 리가 없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현대차에서만 정년퇴직하는 인력은 약 1만26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2500여 명이 자연 감소하기에 노조는 이 감소분을 신규 충원으로 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정년퇴직자 대상의 '촉탁제 즉 단기 계약직을 폐지하고 정년을 현재 만 60세에서 만 61세로 늘리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xEV(전기차) 관련 부품공장 투자 등 미래차 산업 공장 국내 신설과 전기차 모듈 라인 기존 공장 유치 등으로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고 노조는 요구한다. 이는 결국 현 생산직 규모를 앞으로도 유지할수 있도록 국내 현대차·기아 사업장 투자와 인력 확충을 약속하라는 주장이다. 노조의 이러한 요구는 현재 현대차그룹이 글로벌시장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전동화 사업 방향과 제대로 상충된다.

앞서 현대차는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을 생산하기 위해서 미국 앨라배마 몽고메리 공장의 전동화 생산 라인 구축에 3억 달러(3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다. 또한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을 검토하며 빠른 전기차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대차로서는 최대 수요처인 유럽, 미국 등을 대상으로 테슬라, 폭스바겐 보다 빠르게 나서야 하기에 국내를 고집하는 노조의 입장과 요구에 편승하면 치열한 글로벌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또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부품 수가 최대 40% 적게 들어가고 인력도 30% 가량 줄어드는 상황에서 오히려 생산직을 새로 채용하고 기존 인력 정년을 연장하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지는 것은 뻔하다.

하지만 이런 리스크에도 노조가 임금 상승과 고용안정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나서 교섭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성 노조로 분류되는 이들 노조가 무분규 타결을 깨고 파업이라도 하면 신차 출고난은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EV6, 스포티지, 쏘렌토 등 주요 차종들은 지금 주문해도 18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과 올해 초 발생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발 와이어링 하네스 부족 등 대외 악재가 겹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마저 겹치면 막대한 생산 차질은 불보듯 뻔하다. 이 같은 노조 리스크가 커지면 다른 완성차업계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진퇴양난이다.

이제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는 더 이상 을이 아니다. 기업 또한 더 이상 갑이 아니다. 그들이 갈등 없이 공생의 시소에서 팽팽하게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노동자 없는 회사, 회사 없는 노동자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스스로 이익만 챙기며 갈등하면 번번이 손해 보는 것은 소비자다. 기업과 노동자와 소비자의 삼각 구도가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안정적인 균형을 이룰 때 국가의 번성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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