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위신을 잃고 제자는 애정을 잃은 현실

[코리아데일리 이주옥기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초·중·고 및 대학 남녀 교원 8431명을 대상으로 다시 태어나도 교직을 선택하겠는지 묻는 항목에 '그렇다'는 응답은 29.9%에 그쳤다.

2016년에는 52.6%에 달했으나,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2020년 30.1%까지 감소했다. 올해엔 역대 최초로 30% 이하로 떨어졌다. '교직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도 전체 응답자의 33.5%에 불과했다. 2016년 70.2%에 달했던 만족 응답률의 반 토막이다. 코로나19를 겪은 2020~2022년 동안 30%대를 기록했다.

이들은 생활지도와 학부모와의 관계 유지 등을 어려움으로 꼽았고 교직 생활 중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문제 행동·부적응 학생 등 생활지도(24.6%), 학부모 민원 및 관계 유지(22.1%), 교육과 무관하고 과중한 업무(18.8%) 순으로 대답했다.

교총은 "수업 방해 등 교권침해 학생에 대한 즉각적인 생활지도 방안 부재, 정상적 교육 활동조차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현실, 학부모의 무고성 민원과 명예훼손, 몰카 탐지까지 떠맡겨지는 등 과도한 업무에 교사들의 사기와 자긍심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제간이라는 특별한 관계의 기반이 흔들리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했고 스승의 은혜는 하늘보다 높다고도 했다. 거기에 스승은 군주와 아버지와 동급이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이제 그런 기억조차 무색하다. 언제부터 이토록 스승의 위상이 추락했을까.

물론 지금도 참스승으로서 제자를 이끌고 돌보며 제자를 하나의 우람한 동량으로 키우는 미담은 수시로 들린다. 잘 만난 스승 덕분에 자신의 길을 찾고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흐뭇하다. 그렇지만 교단에서 들려오는 흉흉한 이야기도 그에 못지않게 빈번하다. 최소한의 역할도 하지 않고 차마 입에 올리지도 못할 패륜적인 이야기들은 절망을 넘어 좌절이다. 혹자는 아마도 이런 일들이 스승의 자리를 빼앗았을 거라고 단정한다. 시간을 타고 오면서 변질된 것들 속에는 상상 밖의 불온한 일들이 들어앉아 있다. 이런 상황이 도래한 것에 스승은 스승대로 제자는 제자대로 서로의 탓이라고 우길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아우르는 모든 것들에는 역할이 있다. 그 역할에 최선을 다했을 때 당당한 자격이 생긴다. 스승이 제자 앞에 위신을 잃고 제자는 스승에게 애정을 잃은 현실. 뒤늦게 위기를 느낀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하는 활동을 전개하며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발적인 시도로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기가 그리 싶겠는가. 무엇보다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하는 일이 우선이다. 스승은 그림자도 밟지 못할 존엄성을 찾아야 하고 제자는 스승이 가꾸고 돌보고 싶은 튼실한 씨앗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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