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대산문학 회장
시인 / 대산문학 회장

서울에서 나 홀로 사는 5명 중 4명 이상이 혼자 사는 것에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로운 생활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특히 5명 중 1명은 평생 혼자 살 것이라고 응답했다.

혼자 술 마시고(혼술) 밥 먹고(혼밥) 노는(혼놀)사람들을 횰로(나홀로+욜로)족이라고 한다. 오직 나만을 위한 삶에 집중하겠다는 욜로에서 조금 더 확장된 파생어다. 편리하고 즐거운 나만의 삶을 추구하는 횰로족. 1인 가구 시대의 정점이라지만 근본도 출처도 복잡한 전대미문의 신생 단어에 어리둥절하다. 기성세대들은 변해가는 세태를 쫓아가기에 벅차다. 비혼을 부르짖는 자식에게 결혼은 강요가 된 지 오래다.

그들이 추구하는 완벽한 횰로에는 부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조건들이 있다. 우선은 주거지 반경 200m 이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각종 편의 시설이다. 슬리퍼 신고 평상복 입고 편하게 걸어갈 수 있는 편의점은 물론, 카페, 식당 등이 골고루 포진돼야 한다. 거기에 브랜드가 있는 곳이면 금상첨화다.

1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에 맞춰 1인 주택, 1인 용품 등이 덩달아 대세다.마트에는 1인 가수를 겨냥한 소포장 제품들이 즐비하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밀키트 상점이 호황이다. 다가구 주택을 혼자 살기 편한 공간인 셰어 하우스로 바꾸고 한 사람이 한 끼씩 먹기 좋게 포장한 절약형 음식들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각종 밑반찬부터 찌개, 그리고 삼겹살도 바로 먹을 수 있게 구워다 주고 거기에 씻은 상추, 고추까지 포장해서 갖다 주는 배달음식업체도 갈수록 체계화되고 고급스러워진다.

많은 형제들과 좁은 방에서 복닥거리며 살던 세대들에게는 ‘혼자’가 꿈인 시절이 있었다. 내 물건만을 들여놓고 내 취향대로 방을 꾸미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꿈꾸던 시절. 하지만 오늘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넘쳐나는 시점에 오니 그것이 진정 좋은 것인지를 되새겨보게 된다. 함께 부대꼈던 시간이 이제는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알 수 있고 그리움이 된다.

예전에는 대부분 혼자 하는 것은 외롭고 어색했다. 혼자 밥을 먹느니 차라리 굶는 게 나았고 혼자 영화 보는 사람은 다소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라고까지 생각했다. 개중엔 사회성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눈치 보지 않고 버젓이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고기를 구워 먹으러 식당에 가고 커피집에서 혼자 커피를 마신다. 영화 또한 혼자 봐야 더 집중된다고 한다.

다분히 이상적으로 보이는 홀로 삶. 집은 이제 단지 일을 끝내고 들어가 쉬다 잠만 자고 나오는 공간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힐링의 공간이다. 집 안을 온통 도서관처럼 꾸미거나 카페처럼 만든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고 무료하지 않다.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는 모바일은 만나지 않아도 함께 있을 수 있다. 오히려 누군가의 간섭이 없으니 갈등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이면이 있다. 나만의 생활은 편하고 자유롭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짐은 덤으로 따라온다. 훨씬 많이 드는 생계비용도 그렇고 마음이 울적하거나 상의가 필요할 때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한다.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적힌 식당 팻말도 이제는 익숙하다.

‘혼자’에는 분명 얼마간의 용기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심리적, 경제적 자립이 필요하다.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어쩌면 조만간 길에 서서 같은 음식을 함께 시켜 먹을 사람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세상 돌아가는 판세의 이중성이다.

함께 사는 세상이 유지되는 건 애초 가정과 사회의 1차 적 책임이었고 인간은 더불어 사는 삶을 최선의 덕목으로 여겼다. 함께 하면서 세상도 발전하고 인생도 더욱 알차지는 것이기에 우리는 거기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교육을 받고 예절을 배우며 도리를 터득했다. 하지만 이제 어떻게 홀로 잘 지내느냐가 마치 인생 성공 요소인 것처럼 변질되고 있다.

세상은 ‘혼자’를 부추기고 그에 사람들의 이기심은 더욱 팽배해지고 인간 군상들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이다. 혼자 감당해야 할 무게가 크다 보니 자기 보호막 차원의 이기심만 커진다. 이미 형성된 것들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보수와 보완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무엇이 인간에게 이로운 것인가를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다.  (시인. 대산문학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