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워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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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데일리 정다미 기자] 아워홈을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운 창립자 구자학 회장이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아워홈은 12일 오전 구자학 회장이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지병으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하는 등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1930년생으로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셋째 아들이다. 1957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둘째 딸인 이숙희 여사와 결혼해 슬하에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딸 구미현·구명진 씨와 막내딸 구지은 부회장 등 1남 3녀가 있다.

구 회장의 장례는 회사장으로 결정됐다. 앞서 구본성 전 부회장이 사촌 형제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을 장례위원장으로 선임해 가족장을 준비했으나, 이숙희 여사와 구지은 부회장이 회사장을 원해 갈등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15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공원묘원이다.

사진=아워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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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인회 창업주 셋째 아들

주요 대기업 거친 뒤 아워홈 회장직 맡아

아워홈 20년간 8배 이상 성장시켜

진주고등학교를 마치고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한 구 회장은 장교로 군 복무했다. 복무 당시 6.25 전쟁에 참전해 충무무공훈장, 화랑무공훈장, 호국영웅기장 등을 받았다. 1959년 소령 전역한 그는 미국 유학길에 올라 디파이언스 대학교 상경학과를 졸업했다.

구 회장은 1960년 한일그룹 부회장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후 호텔신라 사장, 제일제당 이사, 중앙개발 사장 등 삼성그룹에서 일했다. 이후 1969년 삼성이 전자산업 진출을 선언하며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자 LG그룹으로 돌아갔다. 그는 럭키(현 LG화학) 대표이사, 금성사(현 LG전자) 사장, 럭키금성그룹 부회장, LG 반도체 회장, 금성일렉트론(현 SK하이닉스) 사장, LG 엔지니어링 회장, LG건설(현 GS건설) 회장 등을 역임하며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활약했다.

1981년 럭키에 재직 중인 당시 ‘페리오’ 치약을 개발했고, 1983년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PBT를 만들어 한국 화학산업을 이끌었다. 1989년 금성일렉트론에서 세계 최초로 램버스 D램 반도체를 개발한 그는 1995년 LG엔지니어링에서 국내 업계 최초 일본 플랜드 사업을 수주했다.

2000년 LG유통(현 GS리테일)의 FS(식품서비스)사업 부분과 그룹에서 독립해 아워홈을 설립했다. 삼성과 LG의 핵심 사업을 두루 거친 그가 LG유통에서 가장 작은 아워홈 사업부로 독립할 때 주변에서 다들 의아해했다고. 구 회장은 LG건설 회장 재직 당시 LG유통 FS사업부의 단체급식에 개선할 점이 많다고 느꼈고, 아워홈 회장으로 취임한 후 맛, 서비스, 제조, 물류 등 전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아워홈은 단체급식업계 최초로 식품연구원을 설립했고, 현재까지 1만5000여 건의 레시피를 개발했다. 또 업계 최다 생산시설과 물류센터를 운영해 콜드체인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 해외 진출 관련에서도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2010년 중국 단체급식사업을 시작하며 2014년에 청도에 식품공장을 설립했고, 2017년에는 베트남 하이퐁 법인을 설립하고 제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2018년에는 기내식 업체를 인수했으며, 해당 기업을 통해 지난해 미국 구내식당 위탁 운영 계약에 성공했다.

구 회장은 지난해 6월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못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20여 년간 아워홈을 이끌며 매출을 2000년 2125억원에서 2021년 1조7408억원으로 8배 이상 성장시켰다. 단체급식과 식재유통사업을 시작으로 시작한 아워홈은 식품, 외식, 기내식, 호텔 등으로 영역 확장에 성공하며 종합식품기업으로 자리를 굳혔다.

사진=아워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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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VS 막내딸 구지은 부회장 ‘남매의 난’

아워홈은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막내딸 구지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다툼, 일명 ‘남매의 난’이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아워홈의 전체 지분 98%를 구 회장의 1남 3녀가 보유 중이다. 지분율로는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구미현 씨가 19.28%, 구명진 씨가 19.6%, 구지은 부회장이 20.67%다.

2015년 구지은 부회장이 아워홈 부사장 자리에 올랐으나, 2016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며 구지은 부회장이 자회사 외식전문기업 캘리스코 대표로 밀려났다. 이에 2017년 구지은 부회장이 임시 주총 개최를 요구했고, 장녀 구미현 씨가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들며 구지은 부회장의 아워홈 복귀가 무산된 바 있다.

이어 2021년 6월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하차한 운전자를 차로 치는 등 폭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여파로 구 회장이 퇴임하고, 구본성 전 부회장은 회사에서 해임됐다. 구지은 부회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현재까지 기업을 이끌고 있다.

올해 4월 구본성 전 부회장이 구미현 씨와 손잡고 아워홈 보유 지분을 매각할 의사를 밝히며 구지은 부회장의 경영권 흔들기에 나섰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지분 매각을 이유로 신규 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아워홈과 임직원을 위해 전문 경영인이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미현 씨가 임시주주총회와 이사선임 등의 내용에 반대 입장을 내며 상황이 안갯속이다. 구미현 씨는 아워홈에 내용증명을 보내 구지은 부회장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 허가 신청한 사실이 없고 관련 서류를 받아본 적도 없으며, 추가 선임될 이사로 누구를 지정했는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남매의 난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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