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초강력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와중에 달러화 국채 2건에 대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지 못해 '1차 부도'가 났고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2017년 볼셰비키 혁명을 통해 최초로 사회주의 연방국가를 수립한 러시아가 104년 만에 처음으로 대외 채무를 갚지 못하는 위기에 빠졌다. 러시아는 일단 국가 부도를 피하려고 자국 내 달러를 끌어모아 해외결제기관에 국채 이자를 송금했다. 하지만 미국·영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채권자들에게 이자를 전달하지 않을 수 있어 디폴트도 염려된다.

러시아 재무부는 지난달 29일 미국 씨티은행 런던지점에 달러화 국채 2건에 대한 이자와 원금 약 6억5000만달러(8200억원)를 입금했다. 러시아는 현재 서방의 경제제재로 외환보유액 6430억달러(815조원) 가운데 해외 은행에 예치한 4000억달러가 동결된 상태이며 주요 은행들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 국제 금융거래가 중단되는 등 자금 사정이 심각한 상태다. 신용파생상품결정위원회(CDDC)도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한 루블화 상환이 명백한 계약 위반이며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판정함에 따라 루블화로 채무를 변제하겠다던 러시아 재무부가 자국 내 달러 보유고를 털어 부랴부랴 부채 상환에 나섰다.

하지만 달러화 송금은 했지만 국가부도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자가 채권자 계좌로 이체 돼야 하는데, 이는 미국·영국 등 서방국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미 재무부가 미국 은행을 통한 러시아의 달러화 표시 국채 상환을 허용하지 않을 방침을 밝혔고 지난 달 결제 시도에도 미 투자은행 JP모건이 송금 처리를 거부하며 궁지에 몰렸다.

만약 이번에 러시아가 국가부도 사태를 맞으면 국제시장에서 러시아 국채는 사실상 휴지 조각이 돼 보유 채권자들이 큰 피해를 본다. 1918년 부도와는 비교 안되는 파급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의 국가 부도 위기를 자초했으며 수십 년 전으로 후퇴시킬 치명적인 실수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부추기는 극소수 강경파에 휩싸여 경제·사회 피해를 우려하는 관료들의 조언을 듣지 않은 결과다. 푸틴 대통령과 측근들을 향한 서방 주요국의 전방위 제재 속도와 강도는 생각보다 강경하다. 이번 전쟁으로 푸틴 집권 20년간 이룬 경제적 성장이 모두 파괴될 전망이다. 전쟁은 이토록 치명적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코리아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