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보다 더 높은 대출금리

지난해 이어 올해 1분기도 국내 4대 금융사들이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코로나19 경기 불황 속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금융그룹들이 예대마진으로 비판을 받아왔는데 1분기에도 그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들은 금리와 정책에 따라 운영을 하고 있지만 각각 대출 금리 산정 방식이 다른 상황이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보다 대출금리 인상폭이 더욱 커진 모습이 우려스럽다.

지난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ㆍ신한ㆍ하나ㆍ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4조63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동기 3조9734억원보다 6665억원 증가했다. 1-2위를 다투는 KB금융과 신한금융 격차는 527억에 불과했다.

실적을 끌어올린 곳은 은행이다. KB국민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97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 증가했고, 신한은행(8631억원)과 우리은행(7615억원)은 각각 31.5%, 29.2% 늘었다. 하나은행도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한 667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대출이 증가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자 이익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 이자 이익은 9조14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나 뛰었다.

하지만 은행들은 최근 대출 장사를 못했다는 이유로 이자를 낮춰주고 한도를 늘려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5월 10일 들어서는 새 정부의 금융정책에 따라 눈치껏 행동하는 모습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사들의 최대 실적 배경에는 지난해 8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NIM)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소폭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이미 가계·기업 대출이 많이 늘어난데다 금리가 오르니 금융사들이 받는 이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1.5% 수준인데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는 이자는 6~7%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지난 2020년 2월도 기준금리가 1.25%였고 올 1분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가계 대출 금리는 올해가 1% 가량 더 높은 3.9%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도 2019년 7월 지금보다 높은 1.78% 이었는데 대출 평균 금리는 지금이 1% 더 높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같아도 대출 금리가 달라지는 이유는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결정할 때 기준 금리에 덧붙이는 가산금리를 더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출금리는 기준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는 지표금리에 은행이 각자 책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후, 우대금리를 빼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지표금리는 기준금리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에 은행이 조정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자체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가계 대출 총량을 규제했고,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는데 결국 은행 수익만 늘었다. 국민들에게 금리 부담이 가중되는 가산금리에 대해 금융당국은 뒷짐을 지고 방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긴축정책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두 세 차례 더 오를 가능성이 커 대출금리는 지금보다 1~2%p가량 더 오를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대출 차주들의 부담이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1% 오르면, 대출자들의 부담은 연 64만 원가량 늘어난다.

가산금리는 은행들마다 각각 산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대출금리 산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다 거센 비판을 받자 뒤늦게 점검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깜깜 무소식이다. 

아무리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정책을 펼쳐도 은행들이 줄어든 가계대출을 만회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내린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밖에 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하루 빨리 점검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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